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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칙에 대해

by 이목화

인생에 있어 자기만의 원칙을 세워라.

이 말은 투자서나 경영서 등에 자주 나온다. 그중 레이달리오의 원칙이라는 책에 이 내용이 잘 나오는데, 인생과 일에 있어 확실한 원칙을 세워두고 그에 맞게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면 처음 겪는 일도 생각보다 수월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 실제로 투자의 대가들은 그런 원칙을 가지고 그에 맞게 투자를 하며, 레이 달리오도 본인의 회사 브릿지워터에서 그 원칙 하에 운영 및 투자하여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중 1인으로 등극했다. 이런 걸 보면 인생의 원칙은 분명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을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물론 이 또한 많이 만들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원칙은 기본 개념 중의 기본 개념이면서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진액을 말한다. 그냥 단순히 몇 번의 관찰을 통해 가설을 세우고 그 결과를 매치시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수준이 아니라, 그런 결론을 수없이 보고 생각하여 그 뭐랄까... 진리와 같은 것을 정리해 내는 것이다. 그런 원칙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이미 그 분야에 정통하여 대부분의 프로세스와 그 인과관계를 따져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가가 되어야 그런 걸 만들 수 있다.

그나마 위에서 말한 원칙은 세상의 진리를 만들라는 게 아니고 나에 대한 원칙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건 가능하다. 나의 전문가는 나밖에 없으니 나의 생각과 마음상태를 아울러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원칙을 만들어 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전제로는 충분한 시도와 실패, 그리고 유효한 수의 성공을 쌓았다는 것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 나의 실패에 대해, 성공에 대해, 그 사이에 있던 갈등과 결정들에 대해 정리하고 분석하여 원칙을 이끌어 내야 한다.

사실 이런 거창한 원칙까진 없더라도 우린 무의식 중에 그런 원칙을 가지고 행동한다. 다만 그 무의식에서 고려하는 기준들은 정성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고, 이런 정리되지 않는 부분들은 현명한 결정으로 가는 길에 안개를 만들고 싱크홀을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컴퓨터처럼 이 상황에 맞는 팩터만, 그중에서도 정량적으로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요소만 고려하여 그 외의 애매한 부분은 과감하게 배제하려면 무의식의 원칙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쓰는 글의 대부분은 결국 육아얘기로 끝난다.

삶의 원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일단 레이달리오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아직도 갓난아기라는 타이틀을 떼지 못한 아이를 키우며 드는 많은 걱정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일을 하는 동안엔 월급으로 이 친구를 어떻게든 잘 케어하고 자라게 할 수 있겠지만 퇴직 후엔 금전적인 문제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1차적으로 나에게 인생의 원칙을 세우고 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내가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는 이 친구의 20대 중반쯤부터의 삶을 스스로 잘 개척하게 해 주려면 어려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잘 일러줘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내가 적어도 삶의 방향이나 원칙을 정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와 정리가 되어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20대 이후부터는 거의 독립하여 살다시피 했지만 내 아이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다면 난 금전적인 도움도 최대한 주려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삶의 방향에 대해,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레이달리오의 원칙 2 회독을 끝낸 후에 다시 한번 정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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