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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Nov 25. 2023

아이 태어난 후 우리 부부 사이의 변화

아이를 낳고 나서 부부 사이가 더 좋아졌을까 안 좋아졌을까.


흔히 아이가 생긴 후의 삶은 모든 게 극단으로 치닫는다고 한다. 행복도 극한으로. 힘듦도 극한으로 느껴진다.


부부사이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생김으로써 진정한 부부, 진정한 가족이 된 기분이 든다. 전우애도 생기고 상대방에 대한 연민도 갖게 된다.


반면 싸움도 확연히 늘어난다. 사람이 힘들 때 더 힘을 내며 가는 사람도 있고, 아예 망가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적당한 힘듦에서의 유형분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타인의 도움이 거의 없는 육아 상황에, 아이 성향도 쉽지 않은 케이스라면. 그런 육아 난이도에서 성격을 온화하게 유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보통은 다 망가지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우리 부부의 케이스도 그렇다. 아이가 금쪽이까진 아니어도 거저 키우는 순한 아이는 아니다. 부모님 도움은 거의 없다. 결혼 후 양가 아버지 두 분 모두 급작스럽게 고인이 되신터라 그 영향도 무시 못한다. 그런 맥락이 있다 보니 스트레스 누적되고, 예민해졌으며 다투는 일은 잦게 되었다.


물론 아이가 좀 더 크면 점점 안정을 찾아갈 테다. 육아가 지금보단 손이 덜 가니까.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다툼과 힘듦도 서서히 희석될 것이다. 나중엔 뭘로 그렇게 싸웠을까 생각조차 안 날 거란 점도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잊히기 전에 기록하고 싶었다. 내가 보기에 나는 부부 싸움 스트레스에 많이 취약한 사람이라는 사실.  그렇다고 상대방의 가시 돋친 말을 그러려니 참아주고 싸움을 피하는 성격도 못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부부 중 누구 탓이 더 큰지는 모르겠다. 제삼자가 우리 부부를 한 1년 정도 지켜보면 알려나. 다만 내가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속에서 멀미가 나고, (난 정말 울지 않는데) 간혹 진짜 혼자 울고 싶을 정도의 스트레스가 온다.



결론적으로 내가 바라는 건 하나다. 어서 아이 키워내고, 다시 신혼 때처럼 알콩달콩 사는 거.


누군가는 철없는 소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나도 안다. 아이 크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라는 거. 행복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는 거.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


그런 듣기 좋은 말을 모르는 건 아니다. 나도 연애는 만 6년하고 결혼했고 내년이면 5년차 부부다. 동시에 부모이며 아이 이쁜 줄을 안다. 그러나 애 키우다가 부부끼리 많이 다퉈본 사람은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 글이 공감가지 않아도 이상할 건 없다. 원래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고 보면 다 쉬워 보이고, 남의 인생은 더 쉬워 보이는 게 보통 이니까 말이다.



*덧붙임:

가만히 생각해보면 100의 행복을 얻는 대신 100의 고통도 얻는 것, 50의 행복을 얻는 대신 고통도 50만 얻는 것. 이 둘중에 무엇이 맞느냐를 보려면 내 고통의 수용가능 용량이 100인지, 50인지를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견딜 수 있고 무엇을 견딜 수 없는지 아는게 먼저다. 얻을 수 있는 행복의 크기는 그닥 중요치 않다. 행복은 금방 적응되는 속성이 있는 반면 고통은 쉽게 적응되지 않고 매번 힘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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