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젊음은 곧 창의력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이 말일 것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기본적으로 생물학적인 출생 연도로 파악하는 것이 나이의 기준이긴 하나, 우리가 보통 나이가 많은 거 같다거나 나이 들어 보인다, 또는 아저씨 같다라고 하는 말속에는 생물학적인 나이를 넘어서 개인이 살아오면서 느끼는 감정과 문화와 가치관들로 인해 축척된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나이가 적어도 스타일이 조금 올드해 보이면 아저씨 같다고 말하기도 하고, 해장국이나 한식을 즐겨 먹으면 입맛이 아재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 꾸준히 운동하고 피부과에 다니는 등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여 본인의 나이보다 훨씬 더 어려 보이는 사람들도 넘쳐나는 세상이다.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엄마와 딸이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누가 딸이고 누가 엄마인지 분간이 안 갈 때도 있다. (물론 어플의 힘도 있지만) 세상이 이제는 많은 나이로 관계의 우위를 점하려거나 반대로 적은 나이로 관계의 약자가 되려는 시도는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은 과거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흐르지만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날이 갈수록 빨라진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정년이 보장되거나 경력이 많다고 대우를 받는 세상이 지났다. 가끔 뉴스기사를 보다 보면 몇몇 IT회사는 신입이 프로젝트 팀장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서비스의 타깃이 신입의 연령대면 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지휘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해서 일 것이다. 반면 팀장이었다가 후배직원에게 밀려 면팀장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수명은 나날이 늘어 생산가능 연령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을 경제활동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미래를 준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지적 호기심을 통해 젊게 사는 것이 일정 부분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젊다는 것의 의미는 생물학적 나이의 젊음이 아닌 생각의 젊음을 말한다. 단순히 BTS와 걸그룹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다 하여 젊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덕후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생각의 젊음은 생물학적 나이와는 다르게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는 부분이다. 늘 젊게 생각하고 젊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 나는 그 해답이 “저건 왜 그러지?”라는 물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적 호기심이 생각을 젊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적 호기심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물음들을 만들어낸다. 훌륭한 질문은 훌륭한 해답을 이끌어낸다.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에 대하여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샌가 생각의 나이가 점점 젊고 깊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을 예로 들어보자. 디자인의 본질은 무엇인가? 예쁘고 멋진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 실용적이고 신박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 다 일정 부분 맞지만 디자인의 본질은 결국 문제에 대한 해결이다.
내가 클라이언트로부터 공원에 놓을 2인용 벤치 디자인을 의뢰받았다고 치자. 디자인을 위해 일단 설치할 현장을 먼저 가보고 거기서 오가는 사람들과 주로 벤치에 앉아있을 사람들을 떠올려 볼 것이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스스로 에게 또는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던지는 것이다. 이 높이는 적당한가? 이 폭은 앉았을 때 편안한가? 이 공원은 주로 가족단위가 많이 오는 데 2인용이 과연 적합한가? 이러한 지적 호기심들이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어느 정도 생각의 조각들이 끼워 맞춰지면 정리된 데이터를 토대로 목업을 만들어 실제 장소에 놓아본다. 여기서 또 지적 호기심이 발동해야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앉아보라고 권하여 뭐가 좋고 나쁜지를 물어본다. 모양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 있으면 왜 이 모양이 눈에 띄었는지를 물어본다. 유모차를 가지고 나온 아이의 엄마에게 여기에 가족과 함께 앉으면 어떤 점이 불편할지를 물어본다.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나오는 질문들은 문제해결에 대한 답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지적 호기심은 질문을 생각나게 하는 원동력이고 좋은 질문은 좋은 해답 또는 해결책을 가져다준다. 이런 과정을 거친 디자인은 다른 디자인에 비해 더 나을 수밖에 없다. 호기심이 좋은 결과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질문과 해결방안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우리의 뇌는 근력을 키운다. 이렇게 생긴 근력은 생각을 젊게 만들어주고 그 젊은 생각이 행동으로 표출되어 나이를 떠나서 젊은 사람으로 인식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어린아이를 키워보거나 유심히 관찰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린아이는 말문이 트이는 순간 끊임없이 엄마나 아빠 또는 주변 어른들에게 질문을 한다. 하늘은 왜 파란지, 여름엔 왜 더운지 밤은 왜 캄캄한지 아빠는 왜 맨날 주말엔 자는지(?!) 등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은 끊임이 없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주었을 때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학습을 하여 더 고차원적인 질문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나이가 하나둘씩 늘어나면 점점 질문의 횟수는 적어진다. 심지어 요즘은 안물안궁이 유행이다. 이젠 미디어조차 개인이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시대여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든 넷플릭스를 보든 자기의 생각 또는 스탠스와 맞지 않으면 10초도 견디지 못하고 꺼버린다. 점점 생각의 폭이 개인의 선호도에 맞추어져 좁아지는 것이다.
1차선의 일방통행 도로와 왕복 8차선의 대로를 떠올려보면, 당연히 넓은 도로가 교통의 흐름이 원활할 것이다. 생각의 흐름 또한 1차선의 일방통행이면 좁게 한 방향으로 밖에 흐르지 못하지만 왕복 8차선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원활하게 소통되어 창의적인 발상들이 떠오를 확률이 크다. 이 생각의 도로 확장엔 지적 호기심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게 되면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생각을 할 수밖에 없듯이 창의적인 생각 또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 과는 과정에서 여러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생각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