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꼬마인줄 알았던 내가, 알고보니 동심(童心)의 대명사 산타클로스라고?! : <산다(2021~)>
P이면 Q이며, Q이면 P이다.
P인 경우 오직 그 경우에만 Q이다.
우린 이걸 필요충분관계라고 부른다. '서로가 아니면 안되는 관계'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계이기도 하다.
산타클로스는 아이의 필요에 의해서만 존재가치를 갖는다.
아이들은 산타클로스의 힘과 보호가 있을 때 진정한 아이로서 살아갈 수 있다.
즉, 아이와 산타클로스도 필요충분조건관계와 다름없지 않은가 싶다.
<산다>는 어둠의 주토피아라는 수식어로 동물사회 세계관을 그려낸 <비스타즈>의 작가 이타가키 파루의 차기작이다. 아이가 극도로 적어진 사회에서 단짝 친구가 하루아침에 실종된 '후유무라 시오리', 그리고 그녀에 의해 산타클로스의 능력이 발현된 '산다 카즈시게'를 둘러싼 '다이고쿠 애호 학원'의 이야기를 다룬다.
성년이 되기 전에는 그 어떤 잘못을 해도 처벌받지 않을 만큼 아이의 존재는 그야말로 진귀하다. 아이의 손실은 곧 사회의 손실. 성년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든 의식주를 해결하며 엄격한 보호 아래 자란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가 정해준 교육만을 받고 어릴 때부터 지정된 상대와 결혼을 하며, 졸업한 후에는 정해진 장소에서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나이가 많아진다는 건 곧 사회의 짐이 되어가는 것과 같다. 최대한 아이인 채로 오래 남는 것이 미덕이므로 이 시대의 아이들은 잠을 자지도 않는다. 잠을 자면 몸이 성장해버리기 때문에 행여나 잠에 들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들에게 밤이란 그저 침대에 누워서 쉬는 시간이다. 건강하고 순수한 육체를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접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결혼 전까지는 충치균을 입속에 침투시키지 않기 위해 키스를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처럼 한없이 청소년에게 관대한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어떤 시대보다 그들을 구속하고 있는 사회에서, 무릇 어린이라면 당연한 것들에 대해 <산다> 속 주인공들은 큰 마음의 격동을 겪는다. 아무도 알려준 적도, 본 적도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과연 용서될 수 있는 것인지 혼자서 고뇌한다. 키가 유난히 큰 친구에게 다들 걱정어린 말을 건넨다. 성장이란 곧 어른이 되는 것, 그건 아이로서 고결한 존재가치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산다 카즈시게'는 본인이 산타 가문의 후예이며 특정 조건에서 앳된 꼬마가 아닌 건장한 백발노인의 모습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도 그냥 노인이 아니라, 이제는 전멸했다고 여겨진 '산타클로스'의 모습이다. 초월적인 힘과 운동능력, 발에서 스키 플레이트가 생기는 이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건 오직 아이의 부름 뿐이다. 어려움에 봉착한 순수한 아이가 산타클로스의 도움을 간절히 원할 때 산다는 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탈무드에서 말하는 세상에서 숨길 수 없는 세 가지는 재채기, 가난, 사랑이다. <산다>에서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 바로 '동심(童心)'이다. 아이의 마음은 제 아무리 아닌 척을 해도 티가 난다. 호기심, 두려움, 경외심, 순수함... 그 시기의 모든 감정은 반짝반짝 빛이 나서 더욱 숨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아이임을 강요하는 건 곧 아이를 배척하는 것과 같다. 모든 아이는 자란다. 영원히 아이임을 바라는 건, 아이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뜻을 포함한다. 어린시절은 한때이며, 누구나 지나가는 시기이다. 영원한 12살 같은 건 없다. 따라서 그들이 시간을 들여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사회는 어린이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한 후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울 수 있도록 적극협조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14살 남자아이와 노인 산타클로스를 동시에 지닌 '산다'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 '산다'가 때로는 돕고 때로는 도움을 받으며 이 사회에서 무사히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길 권한다.
이미지 출처: 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