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 Oct 05. 2023

인스타그램 탈퇴

생활매체연구 (2)

개요 : 인스타그램 탈퇴 후 한 달이 지났다. 사람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많아졌다. 틈만 나면 좋아요를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게시물을 올려야겠다는 강박증 같은 것들이 사라졌다. 꽤 많은 시간이 확보되었고 틈틈이 책을 읽거나 다른 취미를 즐길 일이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을 탈퇴한 것과 릴스 같은 숏폼 탈출의 대안이 무엇인지 앞으로 틈틈이 고민하고 기록하도록 해야겠다.




인스타그램을 탈퇴한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지웠다 살렸던 적도 있는데 이제야 완전히 끝을 봤다. 도중에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왜 DM을 보냈는데 연락이 없냐, 인스타그램 왜 삭제했냐. 많지는 않지만 종종 그런 말들을 들었다. 대답은 하나였다.


“릴스에 중독돼서.”


릴스 중독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은 인스타그램으로부터 탈출하는 것만이 길이라 생각했다. 나도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곤 했는데, 내가 올린 것만 볼 수 없다. 이상하게도 반드시 광고나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보게 되는 구조다. 영상 하나를 보다 보면 다음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몇 초만에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릴스는 봐도 봐도 재미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인스타그램을 끊고 나니 확실히 릴스도 보지 않게 되었다. 세계 여행을 다녔던 이야기, 그림을 그리고 굿즈로 제작했던 이야기들이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소탐대실일까? 오랫동안 쌓아 올린 이야기를 서비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릴스 때문에 다 지웠어야 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안은 없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릴스를 분리할 수는 없으니까.


그럼 나는 인스타그램을 탈퇴하고 나서 더 좋은 삶을 살게 되었을까? 아직 확신은 없다. 인스타그램으로만 소통하는 창작자 친구들의 소식을 놓쳐서 한참 뒤에야 알게 된 경우가 있다. 막역한 사이일수록 그 소식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부분이 미안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소통이 많아지게 됐다. 전화 상으로나 만나서 안부를 묻는 것은 친구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 간에는 서로의 우정을 깊이 있게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또 틈만 나면 좋아요를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게시물을 올려야겠다는 강박증 같은 것들이 사라졌다. 그로 인해서 꽤 많은 시간이 확보되었고 틈틈이 책을 읽거나 다른 취미를 즐길 일이 더 많아졌다.


무엇이 더 나은 삶인 지는 저마다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팔로워수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것이 본인에게 윤택한 삶의 혜택을 제공한다면 탈퇴할 이유가 없게 된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나처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동안 아무런 생산적인 이득 없이 자기기만과 허영심이 커지고 타인의 삶에 매몰되는 경향이 심각하다면 탈퇴를 권고하고 싶다. 나 같은 사람이 대개는 전자를 먹여 살리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한 명이라도 더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내가 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찰기기 때문에 타인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권유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야기를 여기서 그치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무런 대안 없이 말을 뱉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게 뻔하다. 이왕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릴스와 같은 숏폼 탈출의 대안이 무엇인지 앞으로 틈틈이 고민하고 기록하도록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생활매체연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