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만두

엄마의 음식이 사라지고 있다.

by 이선용

요리하신 후, 뜨거운 전기 찜질 매트 위에 누워 쑤시는 어깨를 달래는 엄마의 모습이 안쓰러워, 몇 해 전부터 온라인에서 반찬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주위에서 괜찮다고 말하는 음식 구독 서비스 몇 곳의 샘플 음식을 받아 맛 보여드렸다.


대부분은 우선 맛에서 탈락이다. 부모님의 입맛은 아주 슴슴하다. 요즘 파는 음식들의 달고 짜고 매운맛은 두 분의 입맛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어쩌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게 되면, 바로 따라오는 엄마의 질문.


"이게 얼마라고?"


가격을 듣는 순간, 엄마는 콩나물 황탯국에 간단한 집 반찬 몇 가지를 그 돈 주고는 못 사 먹겠다는 결론을 내리기 마련이었다. 엄마 힘들지 않기 위해서 돈을 좀 쓴다고 생각하자고, 엄마도 이제 밥 짓기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만, 설득이 될 듯하다가도 안 됐다.


그런데, 연세가 80이 넘어가면서, 엄마 스스로 반찬과 음식을 사드시기 시작하셨다. 엄마의 음식이 식탁에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1. 배추김치

몇 해 전부터, 배추를 다듬고 씻고 절이는 큰 수고를 멈추시고, 절인 배추를 사서 김장을 하시는 것으로 바꾸셨는데, 언젠가 김장을 완전히 멈추셨다. 그러다, 김장대신 사계절 내내 한두 포기씩 담가 드시던 김치도 작년과 재작년 사이 어디에선가 사라졌다. "이젠 김치 사 먹으려고..."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엄마의 눈빛을 기억한다. 뭔가 잘못을 한 것 같은 약간의 부끄러움과 나름 큰 결심을 했다는 결의가 묘하게 뒤섞인 엄마의 눈빛. 난 엄마의 결정을 응원했다. "그래 엄마, 요즘 누가 김치를 담가 먹어? 엄마 아빠 많이 드시지도 않잖아. 그때그때 조금씩 사서 드세요."


젓갈도 쓰지 않고, 고춧가루도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물김치 같은 색에 심심한 맛이 나는 엄마의 김치는 그렇게 사라졌다. 엄마의 깍두기, 물김치를 먹을 때 사라진 배추김치의 모습이 조금씩 떠오른다.


#2. 삼색나물

집에 손님이 오실 때면 엄마는 언제나 삼색나물을 준비했다. 꼭 손님이 오시는 날이 아니더라도 삼색나물은 엄마의 식탁에 자주 오르던 음식이다. 도라지, 고사리, 그리고 푸른색을 담당하는 나물 한 가지. 푸른색은 시금치나물이기도 하고, 취나물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음식이 대부분 그렇지만, 나물은 참 손이 많이 간다. 도라지는 껍질을 벗기고 쓴맛이 빠지게 물에 담가 놓던지 한소끔 끓여 낸 후에야 나물로 만들 수 있고, 고사리도 물에 끓이고 몇 시간을 불린 후, 드센 부분 껍질을 벗겨낸 후에야 나물로 만들 수 있다. 그나마 푸른색 담당 나물은 쉬운 편이다.


손이 정말 많이 가지만 막상 차려놓고 보면 메인 음식이 되지 못하고 그저 '반찬'일 수밖에 없는 삼색나물, 그 나물도 김치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처음에는 손질된 도라지와 데친 고사리를 사서 양념하고 볶기만 하셨는데, 부모님 입맛에도 맞고 가격도 적절한 나물 반찬 가게를 찾아낸 후로는 반찬 가게 나물을 사다 드신다. 그동안 수많은 반찬 가게 나물들은 퇴짜를 맞았는데, 이 반찬 가게의 나물은 엄마가 '괜찮다'고 합격 점수를 주셨다. 드디어 찾았다. 너무 다행이다.



#3. 만두

평양만두와 비슷한 엄마의 만두 - 숙주나물과 두부가 많이 들어가 속이 촉촉한 만두다.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만두를 숟가락으로 살짝 눌러 만두피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초간장을 조금 넣어, 먹기 직전에 간을 한다. 국물 요리를 좋아하시던 아빠 때문에 찐만두보다는 언제나 만둣국으로 식탁 위에 등장하던 만두다.


작년에 아빠가 뇌출혈 후유증으로 삼킴 장애가 생겨 그 좋아하시던 국물 요리를 드실 수 없게 되면서 엄마의 만두도 사라졌다. 만둣국이 더 이상 상에 올라갈 수 없게 되었고, 마침 엄마도 요리하는 것이 점점 버거워지시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만두는 사라졌다.




김치와 삼색나물은 그래도 부모님 입맛에 맞는 것을 찾았는데, 만두만은 아직이다.


가끔 만두가 맛있는 식당에 갈 때면, 만두를 조금 포장 주문해서 부모님께 맛을 보여드린다. 두 분의 반응은 늘 비슷하다 - “그냥 그런데?”. 정말 입맛에 맞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평생 집에서 만두를 빚어 드셔 오신 두 분에게는 ‘만두를 사서 먹는 일’은 너무나 낯선 걸까. 어떤 이유에서든, 능라도, 봉피양, 자하손만두... 모두 불합격이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 만두를 빚어 갖다 드려야겠다. 찐만두에 사골국물 아주 조금만 자작하게 부어서 엄마의 식탁에 올려봐야겠다. 보통 나는 만두에 김치를 많이 넣는데, 오늘만큼은 김치 없이 담백하게 만들어야겠다. 예전에 엄마가 빚어 주시던 그 만두처럼.


사 먹을 수 있는 건 사서 드시라고, 늘 그렇게 말해 왔던 나였다. 그런데 막상 엄마의 음식이 하나둘 식탁에서 사라져가니, 여러 가지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괜히 휑해진다. 오늘은 만두를 빚으며, 만두소를 꽉꽉 채우듯 그 빈 마음도 조금 채워 보려 한다. 엄마와 닮은 듯하지만, 다른 나처럼, 내가 빚는 만두도 어딘가 엄마의 만두를 닮아 있겠지. 부모님이 내 만두를 맛있게 드셔 주시면 좋겠다.




찐만두


50개 / 2시간 (조리 시간은 만두를 만드는 속도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일 것 같습니다.)


재료

만두피 50장

돼지고기 간 것, 300g

소고기 간 것, 150g*

두부 550g

숙주 400g (손질 전 무게)

표고버섯 70g

마늘 다진 것 1 Tbsp

파 잘게 썬 것 3 tsp

소금/후추

미지근한 물 조금이나 달걀 1개 (만두 붙이는 용으로)


* 엄마는 만두를 돼지고기로만 하면 맛이 없다고 하세요. 소고기를 너무 많이 넣으면 좀 텁텁하지만, 그래도 조금 넣어야 맛이 난다고 그러세요.




조리법


숙주는 꼬리를 따고 무른 것은 버리고, 끓는 물에 2분 정도 데쳐줍니다. 나물을 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푹 데쳐도 괜찮아요. 데친 숙주는 체에 밭친 후 흐르는 찬물로 식히고, 두 손으로 꼭 짜거나, 면포로 감싸 물기를 꼭 짜주세요. 칼로 1cm 정도 길이로 잘라서 준비해 놓습니다. 표고버섯은 얇고 짧은 채로 잘게 썰어주세요.


큰 볼에 돼지고기, 소고기, 두부, 숙주, 표고버섯, 마늘, 파를 모두 넣고 손으로 팍팍 잘 섞어주세요. 재료가 고루 섞여야 착착 서로 달라붙어요. 모든 재료가 다 섞이면, 소금/후추로 간을 해줍니다. 간은 너무 세지 않게 하는 게 좋아요. 먹을 때 초간장으로 살짝 간을 해도 되니까요.


한 가지 요리 팁:

만두를 만들다 보면 만두피가 남거나 만두소가 남는 것이 참 애매하죠.
이 애매함을 피하고 싶다면!

만두 한 개에 만두소를 1 Tbsp 넣는다면, 만두소 1 Tbsp의 무게를 미리 재어 만두소 전체의 무게로 나눠 몇 장의 만두피를 준비해야 할지 미리 계산해 둡니다. 또는 만두소의 전체 무게를 준비되어 있는 만두피 장수로 나눠, 만두 하나에 들어갈 만두소의 양을 알고 만두를 만들어도 됩니다.

오늘 레시피의 만두소는 1 Tbsp 무게가 대략 25g이고, 만두소 전체 무게가 1,270g입니다. 약 50개의 만두를 만들 수 있겠네요.

혹시 만두소가 남으면 얼려 두셨다가 다음에 사용하거나, 고기를 조금 더 넣어서 밀가루-달걀 입혀 노릇하게 구워내 고기 완자를 만드셔도 좋죠. 얼려 두었다가 사용하실 때는 녹이면 만두소에서 물이 좀 나올 수 있어요. 페이퍼 타올로 물기를 조금 제거하고 만두로 만드세요.


이제 만두를 예쁘게 만들어 봅니다. 우선 만두피에 만두소 1 Tbsp을 올리고, 만두피의 반에 풀어놓은 달걀을 손가락으로 바르고 (미지근한 물을 발라도 좋아요.), 만두피를 반으로 접어 손가락을 꼭꼭 눌러 만두를 봉합니다. 만두 끝 뾰족한 부분에 달걀을 조금 바르고, 동그랗게 만두를 말아서 양쪽 뾰족한 끝을 서로 꾹 눌러 붙여주세요.


만두를 다 만들면 이제 찜기를 세팅해 주세요. 물이 팔팔 끓어 찜기에 김이 가득할 때, 만두를 넣고 8~9분 동안 쪄줍니다. 다 쪄낸 만두는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식용유를 살짝 바른 그릇에 줄을 맞춰 놓고 식혀주세요. 어느 정도 식은 만두는 냉동실에 넣어 1시간 정도 얼린 후, 다시 비닐 팩에 넣어 보관하시면 시판 냉동 만두처럼 보관할 수 있습니다.


오늘 먹고 남은 만두는 모두 얼려 놓았다가, 필요할 때 먹을 만큼만 실온에서 녹인 후, 뜨거운 국물에 넣어 만둣국으로, 아니면 찜기에 살짝 쪄서 찐만두로 드시면 됩니다. 이미 익은 만두이기 때문에 오래 끓이거나 찔 필요 없어 아주 간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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