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밥과 달래장 + 냉이전

겨울과 작별하며 봄을 맞이하는 식탁.

by 이선용

한 달 전쯤, 꽃가게에서 동백나무 가지를 팔길래 사봤다.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꽤 많이 달린 가지였다. 물에 꽂아 두면 몇 주 후에 꽃이 필 거라고 했다. 가지 아랫부분에 길게 칼집을 내고 물에 잘 꽂아 두었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은 물을 갈아주며 매일 꽃봉오리를 확인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조금씩 조금씩 봉우리가 열리며, 그 안의 붉은 동백꽃 꽃잎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침, 드디어 동백나무 가지에 꽃 두 송이가 피어올랐다. 완전히 만개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탐스런 동백꽃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사이 그 많던 꽃봉오리의 반 정도는 떨어져 나갔다.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난 동백꽃이 활짝 피길 바랐지만, 결국 동백꽃은 피다가 지고 말았다. 점점 시들해지더니 그냥 꽃을 떨궜다. 동백나무 가지의 잎사귀는 여전히 푸른빛을 자랑하는데, 꽃봉오리는 모두 떨어졌다.




봄이 오면, 산에도 도시의 길거리에도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나지만, 사실 꽃을 피우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다. 땅과 하늘로부터 봄의 기운을 받아, 중력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단단한 나무껍질을 깨고 새잎을 내고, 꽃봉오리를 맺는다. 꽃봉오리의 껍질 속에 움츠려 있던 수많은 꽃잎을 한 장 한 장을 펴고 성장시키는 그 힘겨운 과정. 그 과정의 결과가 우리가 '예쁘네~' 하며 바라보는 꽃이다.


춥고 회색빛이던 겨울이 지나고 푸릇한 계절, 봄이 온다. 단단히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단단한 나무껍질을 찢고 나오는, 그 푸른 빛의 생명에는 자연의 엄청난 힘이 묻어 있다. 봄의 땅에서 피어오르는 식재료들은 여리여리한 모습이지만, 짙은 향기로, 입맛 돋우는 맛으로 그 힘을 뽐낸다. 구수하면서도 씁쓸한 냉이. 향긋한 알싸함이 최고인 달래. 쌈싸름하면서도 은은한 숲의 향기와 맛이 돋보이는 두릅. 달콤하면서도 쿰쿰한 쑥. 달고 고소해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봄동. 쓰다 보니 벌써 군침이 도는 신기한 향과 맛의 조합을 보여주는 봄의 식재료들. 봄의 힘이 느껴진다.




낮에는 따스한 공기를 들이켜면 '이제 봄이 왔네' 하다가도, 해가 진 후에는 '아직 겨울이네!' 싶은 요즘 같은 계절에 꼭 해 먹는 음식이 있다.


2월 중순부터 서서히 사라지는 굴, 그리고 슬슬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달래. 겨울의 굴과 봄의 달래가 동시에 시장에 나와 있는 2월 말은 굴밥을 만들어 달래장에 비벼 먹기 딱 좋은 계절이다. 몇 주 전부터 달래를 보고는 어서 굴밥을 해 먹어야겠다 생각하다가 벌써 3월이 되어버렸다. 이젠 시장에도 '익혀 먹는 굴'이라고 표기된 포장 굴만 판매한다. 날로 먹을 만큼 싱싱한 생굴은 이제 보기 힘들다. 아차차... 이번 주가 마지막인가 보다 싶은 마음에 어서 장을 봤다.


다른 해보다 굴밥 해 먹는 시기가 조금 늦어지다 보니, 시장엔 봄나물이 이미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냉이! 냉이는 꽃이 피면 질겨져 시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딱 3월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이다. 냉이된장국을 끓일까 하다가, 오랜만에 냉이전을 부쳐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굴밥에 달래장을 비비고, 노릇하게 부친 냉이전을 한 점 올려 먹으며, 겨울에겐 작별 인사를, 슬며시 다가오는 봄에게는 반가움의 미소를 보내봐야지.




굴밥과 달래장 + 냉이전


3인분 / 1시간


재료


굴밥 (3인분)

쌀 3컵

말린 톳 1 Tbsp

굴 350g

물 500ml


달래장 (150ml)

손질한 달래 40g

간장 2 Tbsp

참기름 1 tsp

고춧가루 1/2 tsp

매실액 1 tsp*

통깨 1 tsp


냉이전 (작은 전 8~9장)

손질한 냉이 70g

밀가루 50g

녹말가루 25g

베이킹파우더 1/2 tsp

소금 1/4 tsp

물 100ml

(옵션) 냉이전을 장식할 홍고추나, 위에 뿌릴 실고추


* 매실액이 없다면 설탕이나 올리고당, 또는 꿀을 아주 조금 넣어주세요. 직접 단맛을 내는 재료를 사용할 때는, 매실액보다 적은 양을 넣으셔야 합니다.




재료


굴밥

굴을 처음부터 밥솥에 쌀과 함께 넣고 밥을 지으면 굴이 다 부서지고, 밥도 너무 질게 되더라고요. 전 굴을 살짝 데쳐서 그 국물로 밥을 짓고, 나중에 다 된 밥 위에 탱글탱글 데쳐진 굴을 얹어 굴밥을 완성해요. 그러면, 굴의 식감과 모양도 살아있고, 밥에서도 굴 맛이 충분히 나는 맛있는 굴밥을 지을 수 있어요.


팔팔 끓는 물에 깨끗이 씻은 굴을 1분 정도 데쳐요. 국물이 최대한 진하게 나오도록, 물을 딱 굴이 잠길 정도의 양만 끓여서 굴을 데쳐주세요. 데친 굴은 체에 밭쳐 굴 국물을 모아 주시고, 굴은 따로 보관합니다. (바로 드시지 않을 거라면 냉장고로~) 쌀을 씻어서 굴 국물로 밥물을 잡고, 말린 톳도 넣어 밥을 짓습니다. 밥솥을 열 때, 아주 고소한 굴향기가 가득해요. 이제 위에 굴을 올려 드시기만 하면 됩니다. 달래장과 함께요~.


달래장

달래는 깨끗이 씻어 1cm 정도 길이로 송송 썰어줍니다. 손질한 달래에,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매실액, 통깨를 넣고 잘 섞어주면 달래장이 완성입니다. 굴밥과 함께 먹고 남은 달래장은 냉장고에 보관하시면 일주일 정도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 육전, 두부전, 버섯 전 등 각종 전과 곁들이셔도 좋고, 그냥 밥과 비벼 드셔도 좋아요.


냉이전

냉이도 깨끗이 씻어 손질해 주세요. 냉이가 은근히 손질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가요. 손질한 냉이는 반죽과 섞일만한 적당한 크기로 썰어주세요. 이제 부침 반죽을 만들어 볼 거예요. 우선 밀가루, 녹말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잘 섞은 후, 물을 붓고 가루 몽우리가 없도록 잘 저어 반죽을 만들어주세요. (부침가루가 있으시면 부침가루를 쓰시면 됩니다.) 부침 반죽을 냉이에 붓고 냉이와 잘 섞어주세요. 중간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충분히 두르고 냉이전 반죽을 한 숟가락씩 떠서 작고 예쁘게,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부쳐줍니다. (홍고추로 장식을 할 때에는, 홍고추를 얇게 동그랗게 잘라 하나씩 위에 올린 후, 전을 부쳐주세요.) 자~ 노릇노릇 맛있게 부친 냉이전도 달래장에 찍어 드시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