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이 뭐길래.
2014년 9월 30일 오후, 출근을 하며 궁금했다.
'오늘 분위기는 어떨까?'
오늘은 뉴욕의 10번째 미슐랭 가이드 Michelin Guide, 2015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발표가 있는 날이다. 내가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 아테라 Atera는 2012년에 문을 연 후, 바로 2013년 미슐랭 2 스타를 받고 2014년에도 2 스타를 받았다. 오픈과 동시에 2년 연속 2 스타였다.
모두가 올해 3 스타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레스토랑 주인인 조디 Jodi는 컨설턴트까지 고용을 해서 메뉴와 서비스를 개선했고, 지난 일 년 동안 주방의 요리사들과 홀의 서비스 스텝 모두, 매일 저녁 맨해튼 트라이베카의 한 구석에 자신의 최선을 쏟아부었다. 바로 이 레스토랑에.
오늘 오전, 미슐랭의 발표 소식을 듣고, 바로 뉴스를 열어봤다.
'올해도 2 스타구나...'
사실 2 스타도 어마어마한 거다. 게다가 오픈과 동시에 3년 연속 2 스타라니. 이건 정말 엄청난 거다.
그러나, 지난 일 년 동안 우리가 열심히 일하며 바라보았던 것은, 3 스타였다.
점심을 먹고 레스토랑에 출근을 했다. (저녁에만 여는 식당의 서비스 스텝은 보통 점심시간 이후에 출근을 한다.) 아테라 Atera는 지하에 메인 주방이 있다. 지하 탈의실로 가는 길에 만난 요리사 댄 Dan은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요리사들은 원래 말이 별로 없다. 그러나, 그 친구의 'Hi'라는 짧은 인사에서 지금 주방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날 주방의 요리사들은 매우 조용했다. 이렇게 모두가 침울할 수가 있나? 월드컵 결승전에서 진 팀 같았다. 하나도 기쁘지 않은 은메달을 목에 건 축구 선수들 같았다.
미슐랭 가이드의 공식적인 입장에 따르면, 레스토랑을 평가할 때 오직 음식만 평가한다고 한다.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나 서비스, 와인리스트 등은 공식적으로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미슐랭 스타 발표가 나면, 영광의 자리에 앉는 것도 셰프를 비롯한 요리사들이고, 패배감을 떠안는 것도 그들이다.
미슐랭 가이드의 공식적인 입장은 다음 다섯 가지 기준으로 레스토랑을 평가한다고 한다.
1. 얼마나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였지 (신선도, 질, 계절성 등을 고려) Ingredient Quality
2. 얼마나 조화롭게 맛을 구성하였지 Harmony of Flavors
3. 조리 기술이 얼마나 완벽한지 Mastery of Culinary Techniques
4. 셰프의 개성이 요리에 얼마나 잘 드러나는지 Distinctive Personality
5. 오랜 기간에 걸친 전체 메뉴 구성의 일관성이 있는지 Consistency
(https://guide.michelin.com/kr/en/article/features/what-is-a-michelin-star 참고)
그러나 떠도는 풍문에 의하면, 레스토랑의 화장실이 어떠한지가 미슐랭 3 스타를 받는 핵심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모두가 미슐랭 가이드가 제시하는 기준과 발표되는 결과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음식에 대한 사람의 평가라는 것이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을까? 똑같은 음식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먹을 때와 불편한 사람과 먹을 때 완전히 다른 맛으로 기억된다. 훈련받은 평가자들이 아무리 정확하게 정해진 판단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 해도, 그 평가를 좌지우지하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와인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와인을 덜 먹는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파인 다이닝에서 음식과 함께 와인을 마시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와인의 맛과 향은 음식의 맛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오 같이 먹으니 맛있네.' 정도의 수준이 아닌, '와인과 함께 먹으니 향기로운 버섯향과 복잡한 향신료의 향이 올라오네.' '와인과 함께 먹으니, 음식이 너무 고소하고 부드럽게 느껴져.' 라는 생각이 드는, 음식을 더욱 빛나게 하는 와인페어링은 미슐랭 스타를 받기 위해선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가구와 조명을 비롯한 인테리어도 너무 중요하다. 불편한 의자에서 두 시간 이상 앉아 식사를 하라고 한다면,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앞에 펼쳐져 있다 해도 손님은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며 음식에 집중을 할 수 없다. 음식을 비추는 빛의 색과 밝기도 눈을 불편하게 하고, 음식을 맛없어 보이게 한다면? 레스토랑 마감재가 소리를 반사하는 재질로 되어있다면 여러 테이블의 대화소리, 음악소리가 함께 울려 시끄러운 소음으로 손님 주위를 감쌀 것이다. 함께 온 특별한 사람과의 대화가 어렵고 음식을 먹을 때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음악 이야기가 나왔으니, 레스토랑의 음악선곡 이야기도 해봐야겠다. 음식과 음악은 음식과 와인만큼이나 페어링이 중요하다. 뉴욕 타임즈에 기사로까지 실린, 이제는 고인이 된 일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일화가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뉴욕에 위치한 쇼진 요리(精進料理, 식물성 재료만 사용하는 일본식 사찰 음식) 레스토랑인 '카지츠 Kajitsu'의 단골 고객이었다고 한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 레스토랑의 음식은 너무 좋았지만, 음식과 어울리지 않은 음악 선곡은 힘들었던 것 같다. 레스토랑의 히로키 오도 셰프에게 자신이 레스토랑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줘도 되겠냐고 물었고, 당연히 셰프는 허락했고, 우리는 지금 애플 뮤직과 유튜브에서 그 플레이 리스트를 들을 수 있다. 쇼진 요리처럼 정적이면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플레이 리스트다. 음악을 듣다보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지만 카지츠의 음식이 머리에, 마음에 그려진다.
류이치 사카모토 일화, 뉴욕 타임즈 기사: https://www.nytimes.com/2018/07/23/dining/restaurant-music-playlists-ryuichi-sakamoto.html
류이치 사카모토가 만든 카지츠 레스토랑을 위한 플레이 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D9CvD3IHtdY
서비스 스텝들의 따듯함 또한 중요한 요소다. 난 정장을 말쑥하게 빼입고 뻣뻣하게 기계 같은 말투로 손님을 긴장하게 만드는 서비스는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손님과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을 친근하게 대하며, 손님이 집에서 먹는 밥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서비스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서비스 스텝들은 손님을 계속 주시한다. 물을 빨리 마시는 편인지 (물 잔에 물이 1/3 정도 남았을 때 바로 잔을 채워준다), 음식을 먹는 속도는 어떤지 (주방과 이야기해 음식이 나오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는 몸짓이 있는지 (바로 의자를 빼주고, 화장실로 안내한다), 포크나 나이프, 냅킨을 바닥에 떨궜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바닥에 떨어진 것을 치우고, 새것을 아주 살짝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손님이 식사를 하는 약 두 시간 동안 손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수많은 눈이 감시 아닌 감시를 한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풍문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미슐랭 2 스타/3 스타 레스토랑에서는 화장실을 완벽하게 관리한다. 솔직히, 난 이 풍문이 어느 정도 사실일 거라고 생각한다. 식사를 하다가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화장실이 깨끗하거나 편안하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좋은 기분으로 식사하기 힘들 것 같다. 아테라 Atera는 20석 정도의 아주 작은 식당이었다. 다이닝 룸 안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손님 한 명이 화장실을 다녀오면,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서비스 스텝이 화장실에 바로 들어가 혹시나 지저분한 것이 있다면 치우고, 핸드타월을 다시 삼각형 모양으로 채워 놓고, 화장실 휴지도 끝을 뾰족하게 접어 놓아, 다음 사람이 들어왔을 때, 이 화장실을 오늘 내가 처음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정리했다.
이 외에도 생각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레스토랑 예약 방법은 어떻게 할지, 사용하는 식기는 어떤 것으로 할지, 손님들의 동선은 어떻게 짜야하는지,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어떻게 배웅할지 등등, 전 세계의 수많은 레스토랑들은 오늘도, 어떻게 하면 손님이 편할지를 넘어, 손님이 기분 좋아할지, 웃을지를 고민한다.
운이 좋게도 미슐랭 2 스타 레스토랑 주방에서도 일을 해보고, 소믈리에로도 일을 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완벽주의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남들이 보면 '뭐 저렇게까지?'라는 의문이 들 때까지 아이디어를 짜내며 일한 경험은, 나에게 너무나 큰 자산으로 남아있다. 누군가 여기라고 멈출 때, 아니라고 더 갈 수 있다고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며 일했던 경험, 이뤄낼 수 없을 것 같은 최상의 것을 꿈꿔도, 함께 꿈꾸는 동료들이 있어 지치지 않던 경험이었다.
2014년 9월 30일. 아테라 Atera에서 일하는 모두의 어깨는 우리 눈에만 보일 정도로 조금씩 쳐져 있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묵묵히 그날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일한 지난 시간이, 2 스타를 지켜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평가받기 위해 일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다시 되새겼다. 그저 요리가 좋아서, 손님들에게 오늘 저녁 최고로 기분 좋은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우린 이 직업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서비스가 시작되기 직전 셰프가 모두를 한 자리로 모아놓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4~5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지난 일 년 동안 해왔던 일을 똑같이 할 겁니다.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나의 최선을 다하든, 그냥 별생각 없이 일을 하든 그건 각자 개인의 선택입니다. 오늘 저녁이라는 각자의 인생에서 짧은 시간이 흘러갈 거고, 비록 짧지만 나의 삶의 그 한 조각을 어떻게 채워가는 것이 좋을지...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에 각자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OK, Let's go."
* 제목 그림은 Google Gemini로 만든 AI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