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SD와 양극성 II형에서 나타나는 고기능형 경조증의 그림자
나는 전형적인 경조증처럼 보이지 않는다. 잠을 거의 안 자거나, 소비가 폭주하거나,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생활 루틴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나만 아는 변화가 있다. 사고 속도가 빨라지고, 머리가 계속 돌아가고, 생산성이 폭발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끝내 탈진했을 때야 비로소 “내가 나를 착취했구나” 깨닫는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런 형태를 “고기능형 경조증(hypomania with preserved routine)”이라 부른다. 외부 행동은 거의 변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과몰입, 사고 과속, 감정의 과열이 지속하여 겉으로는 “성공적”이고 “열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체·정서 자원을 초과 사용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이 상태가 주변도, 본인도 한동안 알아채기 어렵다는 데 있다.
CPTSD가 있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성취로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하며 멈추면 위험하다는 신호를 느낀다. 경조증 상태에서는 이 경향이 배가된다. 결국 “살기 위해 일한다”에서 “나를 갉아먹으며 일한다”로 바뀐다. 이것은 단순한 성실함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지나친 상태다.
경조증이 생활패턴을 바꾸지 않는 만큼, 회복 과정에서 더 정교한 자기 관찰이 필요하다.
내부 리듬 모니터링 사고 속도, 심장 박동, 집중 강도를 매일 점검 “지금의 속도가 나에게 적절한가?” 질문하기
에너지 캡 설정 하루 최대 작업량을 정하고, 아무리 에너지가 남아도 그 이상은 하지 않기 “남은 에너지 = 내일의 자원”이라는 감각 만들기
회복 루틴 강제 배치 산책, 명상, 스트레칭, 휴식 시간을 일정표에 넣기 나를 소모하는 루틴만큼 나를 채우는 루틴을 균형있게 확보
생활패턴이 변하지 않는 경조증은 겉보기엔 안정적이지만, 안에서 나는 나를 혹사시키고 있었다. 이제는 성과보다 내 리듬을 지키는 것을 우선순위에 둔다. 그럴 때야 비로소 나는 탈진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조증을 단순한 에너지 폭발이 아닌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생각번호2025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