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가까울수록 아픈 아이들

팬데믹 이후 늘어난 아동학대, 우리가 외면한 진실

by 민진성 mola mola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벌어지는 일

많은 사람들은 아동학대를 “밖에서 오는 위험”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통계는 정반대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80% 이상은 친부모에 의해 벌어진다. 특히 신체적 학대와 방임은 대다수가 가정에서 발생한다.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장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 이게 아동학대를 더욱 아프게 만든다.



팬데믹이 드러낸 불편한 진실

코로나19 시기, 가족이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학교도, 어린이집도 닫혔고, 아이들은 하루 종일 부모와 붙어 지냈다. 그런데 신고 건수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었다. 2021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9년보다 약 30% 증가했고, 가정 내 학대 비율이 더 높아졌다. 가족이 붙어 있어서 폭력이 늘어난 게 아니라, 스트레스·경제적 압박·사회적 고립이 가족 시스템 안에서 폭발한 것이다.



왜 가족은 폭력의 완충 장치가 되지 못했나

가족은 애착·지지·돌봄을 제공하는 최전선이지만 부모가 지쳐 있으면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경제적 압박: 실직·소득 불안이 부모의 분노·우울을 증폭

돌봄 부담 과중: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며 자기 회복 시간 부재

사회적 연결 단절: 학교·이웃·친구 등 외부의 완충 장치가 사라짐

결국 “함께 있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함께 있는 상태가 문제였다.



슬픔을 넘어, 대책으로

이 슬픈 통계는 우리에게 행동을 요구한다. 아동학대 예방은 가족을 더 묶어두는 게 아니라, 부모가 감당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정신건강 지원: 부모 상담·치료 접근성 확대

경제·시간 지원: 육아휴직, 긴급 보조금, 돌봄 서비스

사회적 연결망: 학교·지역 커뮤니티가 아이와 부모 모두의 ‘제3의 공간’ 역할

부모교육: 감정 조절·비폭력 대화·아이 기질 이해 교육 보편화

이런 시스템이 있을 때 가족은 서로를 갉아먹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버티는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슬픔은 시작일 뿐

“가족이 가까울수록 아픈 아이들”이라는 말은 우리를 죄책감에 빠뜨리기 위한 게 아니다. 아이가 안전해야 사회도 안전하다. 부모가 지탱할 힘이 있어야 아이도 지탱할 수 있다. 슬픔을 느꼈다면 그 다음은 행동이다. 이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리고, 정책·제도·지역사회가 함께 부모를 지지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생각번호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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