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1] 정의는 법정에서 죽지 않았다

사법 불신은 입법 무지의 다른 이름

by 민진성 mola mola

대중이 분노하는 곳

뉴스에서 ‘음주 감경’, ‘심신미약’, ‘증거 불충분 무죄’ 같은 단어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분노한다. “또 판사가 봐줬다”, “사법이 썩었다.” 하지만 그 분노의 방향은 종종 엇나간다. 사법부는 법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법을 적용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법의 틀을 짠 건 입법부다

음주 감형을 허용하는 조항도,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간주하는 원칙도 모두 입법부가 정한 규칙이다. 사법부는 그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니까 “법이 잘못됐다”는 말은 국회를 향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눈앞에서 사람을 풀어주는 건 판사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권력과 보이지 않는 책임

입법은 느리고 추상적이다. 하지만 재판은 구체적이고 드라마틱하다. 대중은 결과를 본다. 그 결과가 상식과 어긋나면 ‘사법 불신’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폭발한다. 그러나 그 감정의 밑바닥에는 ‘입법 체계에 대한 무지’가 놓여 있다. 법의 구조를 모르면, 정의의 실패는 언제나 판사의 얼굴을 닮는다.



사적 제재가 태어나는 이유

〈베테랑2〉에서 시민들이 사적 제재를 가하는 이유도 같다. “법대로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말은 사실 “법이 잘못됐다”는 말이어야 하지만, 대중의 언어로는 “법이 작동하지 않는다”로 바뀐다. 정의는 법정에서 죽은 게 아니라, 법을 만든 이들의 무책임 속에서 방치된 것이다.



정의를 다시 입법하라

사법은 결과를 만든다. 입법은 그 결과의 구조를 만든다. 우리가 사법을 불신하기 전에, 입법을 감시할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정의는 감정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정의는 ‘조항’으로 존재한다.




#생각번호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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