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가 그려낸 감정의 사법화
〈베테랑2〉의 첫 장면은 한 교수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는 성폭행 의혹을 받았고, 피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영화는 그 ‘의혹’이라는 단어를 곧바로 ‘사실’로 치환한다. 살인을 저지른 해치(정해인)는 망설임이 없다. “정의는 죽었으니, 내가 되살리겠다.” 그는 법의 역할을 감정이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성범죄는 특성상 증거를 남기 어렵다.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라도, 법은 ‘합리적 의심 없는 증거’를 요구한다. 그래서 때로는 유죄가 무죄로 뒤집히기도 한다. 이때 대중은 “법이 피해자를 버렸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감정의 결론이 ‘사적 제재’로 향한다면, 그 순간부터 정의는 더 이상 공적 가치가 아니다. 감정이 법을 대체하는 사회는 결국 모두가 재판관이 되는 사회, 즉 ‘정의의 무정부 상태’에 들어선다.
법은 감정보다 느리고, 차가워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사회가 감정의 폭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증거가 부족하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원칙은 피의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안전장치다. 오늘 누군가가 의혹만으로 처벌된다면, 내일 그 누군가가 ‘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치는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의 폭력은 제도에 대한 저항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감정을 법보다 우위에 둔 행위였다.〈베테랑2〉는 이 장면을 통해 ‘사법 불신’을 고발하려 하지만, 결국 관객에게 감정적 정의의 쾌감을 선사하며 또 다른 폭력의 논리를 세련되게 포장해버린다.
법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감정이 법을 대신하는 순간, 정의는 사라진다.〈베테랑2〉의 진짜 비극은 교수가 죽은 것도, 해치가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정의는 감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 너무 쉽게 설득된다는 사실이다. 증거 없는 정의는 결국 또 다른 폭력이 된다.
#생각번호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