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리뷰#8] 폭력의 쾌락에 저항하는 인간

불쾌함은 인간성의 마지막 감각이다

by 민진성 mola mola

쾌락의 자리에 남은 불쾌함

누군가는 싸움을 보며 환호한다. 누군가는 폭력의 장면에서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몸이 움츠러들고 눈을 돌린다. UFC의 승부도, 영화 속 주먹질도, 학교폭력 장면의 웃음소리도 나에겐 고통이다. 그 불쾌함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 나의 감각에 닿는 경험이다. 타자를 진짜로 느끼는 사람은, 폭력을 결코 구경거리로 만들 수 없다.



공감이 깊을수록 폭력은 ‘관찰’이 아니라 ‘공동 경험’이 된다

사람 대부분은 폭력을 볼 때 안전한 거리에서 관람한다. 하지만 공감이 높은 사람은 그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다. 타인의 고통을 보는 순간, 뇌의 공감 회로(insula, anterior cingulate cortex)가 스스로 활성화된다. 그 고통은 시청각 정보가 아니라 신체 감각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어떤 이는 흥분하고, 나는 아프다.



폭력의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결함이 아니라 ‘억제의 진화’다

폭력의 쾌감은 원시적 생존 본능의 흔적이다. 이기거나 제압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문명은 그 본능을 길들이는 과정이었다. 폭력의 장면에서 쾌락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그 억제가 이미 완성된 사람이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감정의 성숙이다.



불쾌함은 인간이 아직 인간임을 증명한다

타인의 고통에 불쾌함을 느낀다는 건 그 고통을 ‘타자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인간이 여전히 인간으로 남아 있다는 증거다. 폭력의 장면에서 환호하는 사회는 타인의 고통을 ‘의미 없는 장면’으로 만드는 사회다. 하지만 불쾌함을 느끼는 인간은 그 장면을 ‘무의미하게 두지 않는다’. 그건 감정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문명은 폭력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불쾌함을 기억하는 일이다

문명은 폭력을 없애지 못했다. 다만 폭력 앞에서 느껴야 할 불쾌감을 잊지 않게 만든다. 그 불쾌함이 사라질 때, 우리는 다시 본능의 시대, 힘이 진리가 되는 세계로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폭력을 보며 불쾌하다. 그건 내가 아직 인간이라는 증거이고, 내 안의 문명이 아직 깨어 있다는 신호다.




#생각번호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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