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리뷰#7] 인간은 왜 폭력을 즐기는가

잔인함의 본능과 문명의 기술

by 민진성 mola mola

웃고 있는 가해자들

〈베테랑2〉의 학교폭력 장면은 단순한 잔혹함의 재현이 아니다. 가해자들은 웃고, 농담하고, 심지어 서로를 격려한다. 이 장면이 불편한 이유는, 폭력이 쾌락처럼 소비되는 순간을 정면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웃음은 단순한 악의가 아니라, ‘힘을 행사하는 자신을 확인하는 쾌감’이다.



진화의 흔적 ― 폭력은 생존의 언어였다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폭력은 죄가 아니라 기술이었다. 먹이를 지키고, 적을 몰아내고, 집단의 서열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그 결과, 우리의 신경계는 ‘공격의 성공’을 쾌감의 신호로 학습했다. 지금도 뇌는 타인을 압도하거나, 경쟁에서 이길 때 도파민을 분비하며 “잘했다”고 보상한다. 폭력의 쾌감은 윤리가 아니라, 진화의 잔재인 셈이다.



폭력의 문화화 ― 규칙 속의 폭력, 관람 가능한 폭력

현대 문명은 폭력을 없애지 못했다. 대신 형식을 부여했다. UFC, 복싱, 전쟁 게임, 밀리터리 문화는 그 원초적 본능을 제도적 틀 속으로 봉인한 폭력의 시뮬레이션이다. 관중은 ‘실제의 죽음’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승패의 긴장’, ‘격돌의 감각’을 통해 억눌린 공격 본능을 대리 체험한다. 이건 문명이 폭력을 안전하게 소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폭력의 심리 ― 존재감의 회복, 지배감의 중독

가해자들은 종종 “그냥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그 말은 진심이다. 그들에게 폭력은 타인을 파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 누군가가 자신 앞에서 두려워한다는 감각은 일시적으로 존재의 공허를 채운다. 그래서 폭력은 지배감의 중독으로 작동한다. 결국 폭력은 상대의 파괴가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감추는 도취다.



문명의 역할 ― 폭력의 방향을 바꾸는 기술

문명의 진화는 폭력을 없앤 과정이 아니다. 그건 폭력의 방향을 바꾼 과정이다. 결투는 토론으로, 전쟁은 스포츠로, 사냥은 예술과 산업으로 전환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공격성과 경쟁 본능을 품고 있지만, 그 에너지를 언어·예술·과학·운동 같은 비파괴적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법을 배워왔다. 그게 바로 ‘문명화의 기술’이다.



인간은 폭력을 즐기는 게 아니라,

폭력의 힘을 통제할 때의 쾌감을 즐긴다 우리가 격투기나 전쟁 서사를 보며 흥분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다치는 장면이 아니라, 혼돈이 질서로 수렴되는 순간의 감각 때문이다. 즉, 인간은 폭력을 사랑하지 않는다. 다만 폭력조차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그 위험한 자만감에 매혹될 뿐이다. 문명은 그 자만감을 제어하는 실험이며, 진짜 성숙이란 폭력을 지우는 게 아니라, 그 힘을 다른 형태의 창조로 변환하는 능력이다.




#생각번호20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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