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리뷰#6] 사적 제재는 약자를 먼저 파괴한다

정의의 사유화가 만들어내는 폭력의 계급

by 민진성 mola mola

정의의 탈제도화는 폭력의 자유화다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법으로는 안 된다.” 그 말은 곧 “이제 각자 판단하자”는 뜻이 된다. 하지만 각자의 판단이 허용되는 순간, 사회는 더 이상 법이 아니라 힘에 의해 작동한다. 사적 제재가 허용된 사회에서 정의는 감정의 속도를 따르고, 폭력은 도덕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그 결과, 정의의 불평등이 시작된다.



강자는 폭력의 수단을, 약자는 분노만을 가진다

법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는 건 감정이 아니라 자원이다. 경호 인력, 언론 네트워크, 여론 조작 기술, 돈 — 강자는 사적 제재의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감정을 조종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자는 그럴 수 없다. 그들에게 남은 건 분노와 불안뿐이다. 결국 사적 제재의 사회는 “폭력의 자유”를 부여하는 대신, “불안의 의무”를 강요한다.



약자의 분노는 언제나 누군가의 각본 위에 있다

〈베테랑2〉의 세계에서 가짜뉴스는 단순한 허위 정보가 아니다. 그건 분노를 연출하는 장치다. 강자는 언제나 분노의 방향을 알고 있다. 대중이 분노할 대상을 미리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자의 분노는 정의를 실현하지 않고, 결국 또 다른 권력의 도구로 전환된다. 그들의 분노는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단지 뉴스의 소재로만 소비된다.



공공의 정의가 무너지면, 약자는 홀로 남는다

법은 느리고, 차갑고, 때로는 불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그 느림이야말로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시간이다. 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약자도 자신의 권리를 ‘절차’라는 이름으로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적 제재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그 절차가 사라진다. 법이 약자의 방패였다면, 사적 정의의 시대에는 약자가 표적이 된다. 공공의 정의가 사라지면, 약자는 혼자 남는다.



정의의 공공성은 약자의 생존장치다

법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법이 없는 세상에서는 완벽한 인간만이 살아남는다. 정의가 제도 안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 제도가 약자의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법이란, “누구도 폭력의 자유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래서 사적 제재가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될수록, 그 정의는 약자를 가장 먼저 삼킨다.



진짜 정의는 모두의 것이다

정의가 감정의 형태로 남을 때, 그건 누군가의 소유물이 된다. 그러나 정의가 제도의 형태로 존재할 때, 그건 모두의 공기처럼 흘러간다. 사적 제재의 시대는 정의가 사유화되는 시대이고, 그 사회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것은 약자의 목소리다. 진짜 정의는 느리고 차갑지만, 그 느림과 차가움 덕분에 누군가는 여전히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게 바로 공공의 정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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