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리뷰#12] 정의의 얼굴을 한 폭력

〈베테랑2〉, 사적제재가 자멸로 끝나는 이유

by 민진성 mola mola

‘정의의 집행자’로 출발한 인물의 붕괴

〈베테랑2〉의 해치(정해인)는 처음엔 제도의 한계를 넘어선 복수자처럼 그려진다. 법이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자, 그가 나선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는 존재. 관객은 처음엔 그 정의감에 매혹된다. 사적제재가 비록 위험하더라도, 그 동기가 ‘정의’라면 — 이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부, 해치는 선을 넘는다. 형사의 아들을 납치하고,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다. 그 순간 그의 정의는 스스로를 부정한다. 이건 단순한 전개가 아니라 서사 전체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전환이다. 그는 더 이상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자’가 아니라, ‘폭력을 재현하는 자’가 된다.



정의가 사유화될 때 벌어지는 일

영화 초반의 정해인은 ‘제도의 실패’를 증명하려는 듯 보인다. “법이 무력하니까, 내가 대신 처벌한다.” 그러나 사적제재는 언제나 정의의 이름으로 출발하지만, 곧 그 정의를 독점한다. “정의는 내 손에 있다”는 생각이 곧 “판단의 기준은 나다”로 바뀐다.〈베테랑2〉는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오만을 감정의 절정으로 포장한다. 감독은 분노를 통해 정의를 드러내려 하지만, 결국 분노가 정의를 대체한다. 그 결과 영화는 제도의 비판이 아니라 감정의 폭주로 끝나버린다.



정의감의 붕괴가 아니라, 서사의 붕괴

만약 해치가 점차 광기로 변해가는 심리적 균열이 정교하게 묘사되었다면, 그건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었다. ‘사적정의의 위험’을 비판하는 영화로 읽혔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전개는 다르다. 해치는 어떤 내적 갈등이나 인식의 변화도 없이 갑자기 폭력적 협박자로 변한다. 관객은 혼란스럽다. 그는 피해자를 위해 싸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단지 폭력의 또 다른 형태인가? 감독은 이 전환을 “정의의 비극적 끝”으로 설명하려 했겠지만, 실제로는 서사적 인과가 붕괴된 채 감정만 남은 상태에 가깝다.



정의가 감정이 될 때, 폭력은 정당화된다

영화는 제도의 무능을 고발한다고 하지만, 실은 감정적 분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관객이 ‘생각하기보다 분노하길’ 원한다. 그 분노 속에서 우리는 정의와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영화가 그 둘을 같은 감정의 결로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한 캐릭터의 타락이 아니라, 정의 서사 자체의 윤리적 실패다. 정의가 감정이 되는 순간, 그건 언제든 폭력으로 변할 수 있다.



정의의 이름으로 정의를 해친 영화

〈베테랑2〉는 사적제재의 위험을 보여주려다, 결국 그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버린 영화다. 정의의 이름으로 폭력을 시작했지만, 끝내 그 폭력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진짜 정의는 감정의 세기로 측정되지 않는다. 그건 절차와 검증, 그리고 멈출 줄 아는 이성에서 비롯된다. 정의의 얼굴을 한 폭력은 결국 정의를 해치는 가장 정교한 형태의 불의다.




#생각번호20251027

이전 22화[베테랑2 리뷰#11] 직감의 시대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