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말이 놓치는 것
성장의 정의를 다시 떠올려보면 질문 하나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성장이 누적되고 비가역적인 구조적 확장이라면, 성장기에 미용을 목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선택은 과연 바람직한가. 겉으로 보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장은 건강에 이상이 없잖아.” 하지만 발달의 언어로 보면, 이 말은 핵심을 비껴간다.
성장기는 체중 변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시기에는 동시에 여러 일이 벌어진다.
골격이 확장되고
근육과 장기가 자리를 잡으며
신경계가 정교해지고
호르몬 축이 안정화된다
이 모든 과정은 공통된 전제를 깔고 있다. 에너지와 영양이 충분히 공급된다는 전제다. 그래서 성장기에는 ‘조절’보다 ‘축적’이 기본 방향이다.
성장기 다이어트를 옹호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지금은 괜찮다”는 말이다. 하지만 발달학에서 정상과 이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 상태가 아니라 궤적이다.
지금 혈액검사가 정상인가
지금 생리가 유지되는가
지금 당장 쓰러지지 않는가
이런 지표들은 모두 단기적이다. 발달적으로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이 선택이 해당 연령에서 기대되는 성장 궤적을 방해하는가
미용을 목적으로 한 과도한 다이어트는 질병이 없어도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섭취의 만성적 부족
지방과 근육 축적의 억제
호르몬 분비 패턴의 변화
골밀도와 신경계 발달의 지연
이건 병리적 상태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발달의 관점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정상적인 성장 궤적에서 벗어난 선택. 즉, 아프지는 않을 수 있지만 발달적으로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자주 혼동되는 지점이 있다.
정상(normal): 발달적·통계적 기준
바람직(desirable): 가치 판단
성장기 과도한 다이어트는 사회적으로 흔할 수 있고, 개인의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상 성장 궤적에 부합하는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성장기에 건강상 질병이 없더라도, 미용을 목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정상적인 성장 궤적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발달적으로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곧바로 따라오는 반응이 있다. “개인의 선택을 억압하자는 거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논의는 강제의 문제가 아니다.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사회와 교육, 의학은 “어떤 선택이 발달적으로 적합한가”를 말할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회피하면, 문제가 되는 선택이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성장기의 핵심 과제는 몸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몸을 완성하는 것이다. 소모와 축소를 목표로 삼는 선택은 그 시기의 구조적 목적과 맞지 않는다. 이건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발달 단계의 문제다.
#생각번호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