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선택을 ‘알아버린 종’의 이상한 위치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인간도 결국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생물일 뿐인데, 왜 자연의 목적을 초과해도 되는 것처럼 말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인간도 여느 생명체처럼 태어나고, 병들고, 늙고, 죽는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예외가 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진화의 언어로 들어가면, 인간은 아주 이상한 위치에 서 있다.
복제되면 1
복제되지 않으면 0
이 로그 규칙이 반복될 뿐이다. 자연선택은 목적이 아니라 자동 프로세스다.
태어나고
짝짓고
번식하고
끝
질문은 없다. 거부도 없다. 의미도 없다. 그런데 인간은 이 규칙을 의식의 언어로 번역해버렸다.
왜 태어났지?
왜 살아야 하지?
왜 남겨야 하지?
남기지 않으면 실패인가?
이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자연선택의 맹목적 실행 파일이 아니게 된다.
인간은 자연선택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을 ‘알아버린 최초의 종’이 되었기 때문에 그 위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태어나고 죽는 개체들이지만, 동시에 자연의 로그를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로그 독해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목적을 따를 수도 있고, 초과할 수도 있다. 그게 인간이 가진 가장 이상한 위치다.
#생각번호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