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직관을 객관적 알고리즘으로 치환하는 수학적 모델링의 힘
수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서 우리는 '집합'을 배운다. 조건이 명확하여 대상을 분명히 가릴 수 있는 것들의 모임. 여기서 흔히 등장하는 실패 사례가 바로 "원빈을 닮은 사람들의 모임"이나 "키가 큰 사람들의 모임"이다. '닮았다'나 '크다'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수학적 질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 고전적 수학의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우리가 그 닮음의 기준을 설계할 수 있다면 어떨까?"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이나 딥러닝의 세계에서 '닮음'은 더 이상 철학적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철저히 수치화된 거리(Distance)의 문제다.
얼굴의 특정 지점들(눈 사이의 거리, 코의 각도, 턱선 등)을 x1,x2,…,xn이라는 변수로 설정하고, 각 부위의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 w1,w2,…,wn를 부과한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이 계산 결과값이 특정 임계값(Threshold)인 0.9를 넘는다면 '닮았다'고 판정하고, 넘지 못하면 '아니다'라고 판정하는 규칙을 세우는 것이다. 이 순간, "원빈을 닮은 사람들의 모임"은 임계값 0.9 이상의 데이터 포인트들의 집합이라는 명확한 수학적 실체가 된다.
실제로 구글 포토나 아이폰 인물 태깅 기능이 작동하는 원리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이 사람은 이 사람과 닮았다"라는 주관적 판단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만 차원의 벡터 공간에서 두 데이터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있을 뿐이다.
질문자님의 통찰이 빛나는 지점은, 수학을 고정된 정의 안에 가두지 않고 기술적 진보(강화학습, 비전 기술)를 통해 확장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수학자들에게 '닮음'은 규정할 수 없는 카오스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의 데이터 과학자들에게 '닮음'은 단지 함수와 임계값의 문제일 뿐이다. 이제 "원빈을 닮은 사람들의 모임"은 훌륭한 집합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그 '닮음의 설계도'를 손에 쥐고 있는 한 말이다.
#생각번호20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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