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10] 행복의 실종신고

우리는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해본 적이 있는가

by 민진성 mola mola

우리는 행복에 대해 끊임없이 말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 행복이 사라지면 어떡할지 토론한다. 하지만 이 모든 담론의 밑바닥에는 아주 불온한 의구심 하나가 깔려 있다. "우리는 정말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가 행복에 대해 그토록 견고한 환상을 품고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우리 중 누구도 진정한 행복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신화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정의할 때 가장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행복은 고통이 소멸하고 긍정만이 가득한 정적인 낙원의 상태다. 하지만 이는 실재하는 상태라기보다 '결핍의 거울상'에 가깝다. 배고픈 자가 만찬을 신화화하고, 추위에 떠는 자가 온기를 성역화하듯, 늘 불안과 결핍 속에 사는 우리는 그 반대편에 있을 '완벽한 상태'를 행복이라 이름 붙이고 숭배해온 것이다.



행복은 '정점'이 아니라 '과정'의 감각이다

만약 누군가 진짜 행복을 경험했다면, 그는 그것이 '완벽하게 긍정적인 상태'가 아님을 단번에 깨달았을 것이다. 진짜 행복을 맛본 자의 증언은 의외로 담백하다. 그것은 현기증 나는 환희가 아니라, 삶의 불협화음 속에서도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는 '평형의 감각'에 가깝다. 불안도 있고 우려도 있지만, 그것들이 나를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상태. 하지만 우리는 이 역동적인 균형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자꾸만 파도가 치지 않는 정지된 바다만을 행복이라 우긴다.



우리는 대부분 '안전'을 행복으로 착각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흔히 느끼는 기분 좋은 상태는 대개 '불행의 일시 정지' 혹은 '리스크의 해소'에서 오는 안도감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라기보다 '안전함(Safety)'에 가깝다. 우리는 이 안도감을 행복이라 오독하며 살아간다. 진짜 행복은 안도감을 넘어, 리스크가 존재하는 세상 속으로 기꺼이 뛰어드는 생명력의 분출이다. 우리는 대부분 그 지점까지 가보지 못한 채, 입구에서 안도감이라는 사탕을 맛보며 행복을 다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환상이 깨질 때 비로소 시작되는 여행

행복에 대한 환상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행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증거다. 진짜 행복을 경험하면 환상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 자리에는 구체적인 현실과, 감당해야 할 무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게 하는 단단한 의지가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행복이라는 가짜 우상'을 부수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지금 내 손에 든 불완전하고 투박한 하루의 조각들을 바라보는 것. 그 비루한 조각들 사이에서 나만의 온기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행복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가 시작해야 할 진짜 공부다.





#생각번호20260122

본 글은 RE:Mind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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