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외상에 노출된 법률가들
우리는 소방관, 경찰, 의료종사자가 외상에 노출되는 직업이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법률가, 특히 형사재판 변호사 역시 반복적이고 극단적인 인간의 고통과 마주한다. 살인, 성범죄, 아동학대. 피고인과 피해자, 그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서류를 넘기고, CCTV를 보고, 조서를 읽고, 증언을 듣는다. 정의의 심판을 위해 싸우는 일이지만, 정작 그 정의가 자신을 보호해주진 않는다.
형사변호사는 죄를 조력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절차적 정의를 수호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대중은 이를 그렇게 이해하지 않는다. 의뢰인은 무겁고, 여론은 냉소적이고, 내부의 자아는 갈라진다. “나는 이 사람을 도와도 되는 걸까?” 이 질문은 죄책감과 수치심이라는 정체불명의 감정으로 다시 찾아온다. 자아가 흔들리고, 공감의 능력이 마모된다.
대리 외상(vicarious trauma)은 타인의 트라우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마치 자신이 직접 그 사건을 겪은 듯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는 현상이다. 단순한 감정 소모를 넘어, 실제로 PTSD 유사 증상을 겪을 수 있다. 형사변호사는 자의든 타의든 지속적인 고강도 외상노출 환경에 놓여 있는 직군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법률가를 대상으로 하는 대리 외상 예방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워크숍, 디브리핑, 심리상담, 감정노동 보상 구조까지 다층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이 시장은 명백히 수요 기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형사변호사뿐 아니라 소년범 담당 변호인, 국선전담 변호사, 성폭력전담 검사 및 수사관 등 모두가 고위험군이다. 이들을 위한 회복 기반 정신건강 솔루션은 단순한 심리치료를 넘어, 정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다.
고부가가치 시장은 언제나 고통의 사각지대에서 시작된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돈이 되는 시장이 아니라, 의미가 있고, 수요가 분명하며, 지속 가능한 구조로 설계 가능한, 드문 융합형 영역이다. 정신건강, 법조윤리, 트라우마 연구,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이 시장을 구성한다. 특히 DTx 기반 솔루션과 멘탈헬스 AI 알고리즘은 이 분야에 정확히 투입될 수 있다.
“법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삶을 지켜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법의 현장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우리는 응답해야 한다.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