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병아리 인사이트]

by 어금니
제목에 대해

실버라이닝 Silver Linings : 구름 뒤에 숨어있는 해가 구름의 가장자리에서 빛나는 것, 구름의 가장자리를 감싸는 빛. ‘한 줄기 빛’이라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플레이북 Playbook : (미식축구 용어) 전략, 작전노트

즉,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의미는 인물들이 한 줄기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인물에 대하여

티파니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한 사람. 남들의 시선보다 나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때론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인식에서 어긋나게, 날카롭고 폭발적으로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기도 한다.

과거의 아픔으로 인해 정신 질환을 앓고, 판단과 감정 조절이 어렵다는 점은 팻과 비슷하지만, 티파니는 팻과 다르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려 노력하는 진실한 사람이다. 이 부분이 이 인물을 가장 매력적으로 만드는 지점인 것 같다. 남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숨기고 싶은 부분들 또한 자신으로 받아들이는 것,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지신의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방황하는 사람. 정신 질환이 나타나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평범했던 과거의 나, 좋은 남편, 좋은 아들의 모습과 상처를 받은 후 망가진 현재의 자신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새 무언가에 몰두하고 노력하면서 변화한다. 방법을 몰라 표현이 서툰 아이 같은 모습에서 한 걸음씩 걸어가는 모습에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것

영화는 각자의 상처로 인해 정신 질환을 갖게 된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치유받는 과정을 그린다.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두 사람이 그리는 그 과정은 투박하고 때론 날카롭기까지 하지만, 솔직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비정상’이라고 보이는 건 두 주인공뿐만이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자신만의 정신 질환을 갖고 있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후 조울증과 트라우마가 생긴 팻, 남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외로움을 쾌락으로 달래며 감정 조절을 못하는 티파니, 징크스에 집착하는 팻의 아버지, 동생과의 비교를 통해 우월감을 취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형, 아내에게 맞추는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믿으며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로니, 인종차별을 당하는 정신과 의사 등. 이들이 가진 상처와 정신병이 어떻게 보면 과해 보이고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자신만의 정신 질환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 강박, 우울, 쾌락을 탐닉하는 것, 무력감, 분노, 허탈감. 한 번쯤 느껴봤을 지극히 보편적인 감정들. 상황에 맞게, 상대에 맞게,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으려 조절하는 노력들. 우리가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이 아닐까. 그래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걸 수도 있겠다.


영화가 나에게 주는 것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것의 힘을 다시금 느낌!

당장 움직이고 싶어졌다.

목표를, 갖고 싶어졌다.


타인의 시선이 주는 것

댄서 모니카가 두 사람의 춤을 분석한 영상을 봤다. 이들의 춤이 영화 전체를 압축한 것이며, 팻과 티파니의 서사가 담겼다고 설명한다.

춤은 세 단계로 나뉘는데,

유혹 : 서로를 경계하며 약간의 오해를 가진 채 유혹과 경계의 사이를 보여준다.

폭발 : 광란의 밤이 보인다. 서로 미쳐있고, 여자도 미치고 남자도 덩달아 미쳐간다. 티파니에게 물들어가는 팻을 보여준다.

무드 : 마지막 테크닉. 사랑을 보여준다. 계속 실패했고, 다시 연습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믿고 이해하고 마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돌고 돌아 끝내 이루어진 이들의 사랑을 보여준다.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며 놀랐다. 단순히 테크닉적인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서사와 의미를 다 꿰뚫어 보는 것에 감탄했다. 멋있다. 이런 타인의 시선을 보고 느끼며 나의 시야도 조금씩 더 넓혀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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