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소리

[달콤쌉싸름 단상]

by 어금니

여름이면 들려오는 소리.

집 옆에 산이 있어서인지, 집 앞에 물이 있어서인지.

생각해 보면 내 기억 속에 있는 우리 집은 늘 산 근처에 있었다.

뒷산, 뒷동산, 아주 작은 언덕일지라도, 늘 산.

덕분에 벌레도 많고, 늦은 밤 집에 갈 때면 으슥한 분위기가 퍽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불만이었던 적은 없었다. 아니, 꽤나 좋아했다.

밤이 되면 해가 져서 어두운 것이 아니라 마치 산의 어둠이 근처 마을로 내려와 조용히 덮어버리는 듯한 무게도,

몇 없는 가로등 불빛이 나올 때마다 유난히 더 밝아 보이던 원뿔의 공간도,

여름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도.


고요함을 애정 한다.

들어주는 이 없이 말하는 이만 존재하는 것 같은 꽉 찬 세상 속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아낀다.


그러나, 아주 고요한 것은 말고, 무언가 함께 하는 고요함을.

빛이 사라진 게 아니라 어둠이 옆에 와준 것 같은 고요함,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것만 같은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는 고요함을,

적막을 깨고 은은하게 존재하는 고요함을.


함께하는 고요함은 참 다정하다.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하는 이 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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