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달콤쌉싸름 단상]

by 어금니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할 무렵,

밤이 되어야 그나마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어느새 한밤중에도 끈적함을 느껴야만 했던 어느 여름밤부터 시작된다.


엄마와 나의 은근한 취미,

동네를 산책하며 근처 아파트 단지를 답사하는 것.

진짜 목적은 산책 겸 운동일뿐이지만 우리는 꼭 ‘답사’라고 말한다.

“오늘은 길 건너 아파트 답사해 볼까?”


우리의 답사는 꽤나 흥미롭고 꼼꼼하다.

멀리서부터 아파트 단지의 외관을 보며 색감은 어떤지, 주변 환경과는 어떻게 어울리는지 확인한다.

후문이 코앞에 있음에도 굳이 정문을 찾아간다. 정문은 단지의 얼굴이고, 첫인상이니까.

정원은 아이들이 얼마나 뛰어놀기 좋은지, 지상주차장이 있는지 없는지, 도서관이나 헬스장 같은 공공 공간은 얼마나 편리하게 조성되어 있는지.

심지어는 조경을 얼마나 잘해놨는지,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도 점검한다.


그러고는 우리 집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점이 더 좋고, 어떤 점은 아쉬운지 토론한다.

물론, 아무 쓸모없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결국, 결론은 늘 같지만.

“다~ 장단점이 있네!”


정답이 정해져 있으면서도 매번 답사를 하는 이유는, 하면 할수록 감사함과 대단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비교하며 보면 그냥 지나갈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고, 조금 더 관심 있게 바라보다 보면 모든 것들을 얼마나 신경 써서 만들었는지 느끼게 된다.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는 아파트 답사를 통해 매일 밤 배우고 있다.


당장 이사 갈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쓸데없는 답사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된다.


“엄마, 우리 내일은 어디 답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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