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병아리 인사이트]

by 어금니

연극을 하고 나니 더 많은 공연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문득 연극을 검색해 보니 가장 눈길이 간, 아니 마음이 간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사실 신구 선생님이 나오시는 걸 보고 바로 예매를 했다. 다른 선생님, 선배님들도 너무 궁금하지만, 살면서 신구 선생님의 매체 연기가 아닌 공연을 보는 것이 필수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보게 된 연극, 그 결과는 나에게는 대 성공이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게 될 정도로, ‘이 공연을 보러 와줘서 고마워, 너무 좋은 작품과 연기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충청도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레인보우 씨어터, 이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관 주인 한수와 초대 주인인 아버지 병식, 아들 원우 3대가 영화관 폐관을 앞두고 정리를 하며 이곳에 모인다. 직원들, 원우의 애인, 마을 사람 등 관련된 사람들 모두 이곳에 모여 마지막 상영일을 하루하루 맞이한다. 숨겨왔던 아픔과 상처를 모두 숨긴 채 그들은 웃기도,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점차 모든 것들이 드러나고, 서로를 통해, 털어내며 치유를 받는다.

그들은 말한다. 내일은 더 맑을 거라고.


참 따스한 인물들이다. 전혀 미운 구석이 없는, 한 명 한 명이 아프고 소중하고 감사한, 그런 인물들이 서로를 보듬으니 내 마음까지 벅차올랐다. 한수 역의 박윤희 배우님은 등장부터 몸의 상태와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럽고 중심축이 계속 움직이면서도 안정적이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신체 훈련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꼈다. 영화관만 가면 부채를 들어 부채질하는 비즈니스는 그곳이 정말 한 여름으로 느껴지게끔 했다. 모든 것에 반응하지 않는 그 덤덤함이 연륜을 보여줬다. 죽은 아들의 이야기를 하다 무너지는 순간은 숨이 멎는 듯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아픔과 자신이 내몬 건 아닌지 후회하고 한탄하는 마음. 차라리 내가 가야지 하는 마음들이 밀려왔다.

신구 선생님은 묵직하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자리하셨다. 목소리가 뻗어 나오지 않아 힘들어 보이셨지만, 그 나이의 할아버지로 너무나 타당했다. 마지막에 상영관 문을 하나하나 느끼며 만지고 여는 모습에서 이곳에 대한 애정과 애틋한 마음이 너무나 크게 와닿았다.

발성의 중요성도 다시금 느꼈다. 원우 역의 이시강 배우는 처음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뒷자리는 어떻게 들리려나 싶었다. 그래도 목소리가 잡혀있어서 점차 잘 들려갔다. 무슨 차이일까. 울림이 있는 목소리는 어떻게 내는 걸까. 신태호 역의 박장면 배우는 작은 소리도 잘 들려서 신기했다.

다른 배우들도 인물로서 역할과 목적이 너무나 타당했고 그 모든 합이 잘 맞았다. 이곳에서 이분들과 연기해 보고 싶다. 다른 캐스팅으로도 보고 싶다. 어떻게 다를지, 얼마나 같을지, 어떤 부분이 맞을지.. 궁금하다.


드라마 속에서 재미 요소들이 틈틈이 박혀있어 130분이 길지 않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따스한 작품이다.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처럼 우리에게 찾아온 따스한 이야기. 갑자기 마케터로서의 관점이 튀어나왔다. '카피 참 잘 썼다!' 사회적인 문제도 다루며 서로를, 그걸 보는 관객을 위로해 주는 작품이다. 또, 영화와 예술을 더 보고 배우고 싶다. 다음에는 나만의 레인보우 씨어터를 찾아가 영화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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