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저 Closer - 낯섦에 대하여

[병아리 인사이트]

by 어금니

[Stranger 낯선 사람]


영화 <Closer>의 주인공들은 '낯선 사람'에게 끌린다. 교차로에서 차에 치인 앨리스는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 댄에게 "Hello, stranger?"라고 말을 건넨다. 사진작가인 안나의 인물 사진전 타이틀 역시 "Strangers"다. 이 사진전에서 댄은 애인이 있는 안나에게 "I'm your stranger. Jump!"라고 속삭인다. 안나는 결국 그 낯선 사람에게 뛰어든다.

도대체 낯선 사람이 뭐길래 이들이 이렇게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고, 원하는 걸까? 모르는 것은 알고 싶고, 없는 것은 갖고 싶은, 소유와 관련된 인간의 욕망 중 하나일까?


[낯설다 :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아니하다]


어쩌면 '낯섦'이라는 것은 그걸 마주한 순간 바로 휘발되는 뜻 일 수도 있다. 무언가를 처음 마주친 그 낯선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이제 '조금 전에 본 기억이 있는 것'이 되어버리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낯선 사람' 역시 처음 본 순간 이미 내 영역 안으로 들어와 버린 사람이다. 이 순간 이후로 그 사람을 완벽한 타인으로 둘 것인지, 이제부터 낯설지 않은 사람으로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자신이 선택해야 하니까. 선택 후에도 또 다른 수많은 선택이 남아있다. 거부감 들어할지, 친근해할지, 별생각 없이 거리를 둘지 등.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온전히 자신이 하려고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경험과 감정과 느낌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낯선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가 아닐까? 이 낯선 사람과의 다음을 선택해야 하고, 나 역시도 선택받아야 하니까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편, 낯선 사람은 부담감이 적다. 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내 선택은 보다 자기중심적으로 내릴 수 있고 그에 대해 다른 이견을 받을 가능성도 적다. 관계로 묶여 있는 사람에게는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때때로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더 솔직하게 하기도 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비밀이 많아지기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 또한 낯선 사람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Closer>에서 그렇게도 말하는 낯선 사람은 사실 낯선 사람이 아니다. 알고 싶은 사람이고, 궁금한 사람이고, 마음이 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안정이 없는 새로움은 없다. 새로움을 갈망하면서도 안정을 추구한다. 우리는 늘 낯선 나라로 여행을 떠나지만,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날 수 있는 것이기에.


낯섦과 익숙함, 모험과 안정, 거짓 같은 진실과 진실 같은 거짓. <Closer>는 평행선을 이루는 두 가지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때론 불친절하게, 때론 아주 거침없이.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 영화가 불편하기도, 먹먹하기도 한 이유, 감정이 동하는 이유가 바로 그곳에 있다. 완벽한 히어로가 없는 인물들 사이에서 감추고 싶은 우리를 발견하기 때문에. 나는 과연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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