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이를 연재하다 2
짜이를 끓이려고 하면 어떤 향신료를 써야 할지 고민된다. 그리고 그 향신료는 또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
인도와 한국은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기후도 식생도 크게 달라 짜이에 들어가는 향신료들은 대체로 한국인들에게 낯설다. 열대 몬순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시라! 다행히 이 땅에도 짜이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아주 친숙하고 고마운 향신료가 자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생강.
생강의 영문명 진저ginger는 '뿔처럼 생긴 모양'을 의미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싱가베라singaber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인도 여행을 다니다 보면 길가에 차려진 간이 짜이집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된다. 여건상 열악한 노점에서는 단일메뉴로 짜이를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메뉴판도 없다. 그냥 가던 길 멈추어 짜이 한잔 청하면 된다. 내가 향했던 여행지 어디든 생강짜이는 아주 흔했다. 짜이왈라(짜이를 만들고 파는 사람)는 신선한 생강을 돌절구에 넣어 힘차게 찧거나 칼로 잘게 썰어 짜이가 끓어가는 냄비에 투하한다. 그밖에 다른 향신료는 굳이 필요없다. 생강의 매콤함과 시원한 알싸함, 흙내음은 짜이의 맛을 투박하지만 깊게 만든다. 마치 흙으로 빚어낸 음료 같달까. 먼지가 자욱한 길에서 식도부터 위까지 뜨끈하게 달구는 달콤 매콤한 짜이를 들이키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생강 짜이가 제일로 좋다.
한국에서 생강은 서리가 내린 후 수확이 시작된다. 겨울이 오기 전 재래시장에 가면 금덩이처럼 땅에서 캐낸 토실토실한 햇생강을 만날 수 있다. 갓 수확한 생강은 전년에 수확한 저장생강보다 매운맛은 덜하나, 육질이 연하고 레몬과 유사한 상큼한 풍미*의 청량감이 일품이다. 가끔 직접 재배한 생강을 파는 손이 두툼한 농부를 만나면 장보기 성공한 날! 이유인즉슨 줄기째 뽑아온 생강을 구매할 수 있는 터이다. 뿌리로부터 연결되는 고운 비단 같은 영롱한 자줏빛 줄기 부분은 뿌리와 맛이 비슷하나 가벼운 풀 내음이 더 나고 수분이 많아 짜이에 넣으면 맛이 경쾌해진다.
*생강에 함유된 시트랄citral 성분은 음식에 미묘하고도 지속적인 레몬 향을 입힌다.
생 생강을 구할 수 없을 때는 건 생강 또는 생강가루를 짜이에 넣어도 되지만 더 적은 양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생강의 수분 함량은 80~90%에 육박하기 때문에 건 생강은 적은 양이라도 맛이 응축되어 있고 매운 맛이 더 진하다. 생 생강으로 끓인 짜이와는 맛의 묵직함과 향이 서로 다르지만, 그만의 매력이 있다.
생강짜이는 끓이는 방법이 어렵지 않다. 신선한 생강을 듬뿍 넣으면 맛있어진다.
그리고 기본적인 레시피에 오늘의 짜이왈라(바로 당신!)가 선택한 다른 향신료를 약간만 첨가해도 다채로운 맛이 난다. 잘 어울리는 향신료는 카더멈, 펜넬, 레몬그라스, 후추, 계피 등이 있고 그 밖에 향신료도 취향에 따라 첨가해보며 실험정신을 가지고 나만의 생강 짜이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오늘의 레시피>
생강 짜이 끓이기 (1인분)
●준비물 : 냄비, 차거름망, 가열기구(가스렌지, 인덕션, 버너 등)
●재료 : 물 120mL, 우유 120mL, 잘게 썬 신선한 생강 10g, 아쌈티 2티스푼, 설탕 2티스푼
1. 냄비에 물, 생강, 아쌈티를 넣고 물이 1/3가량 졸아들 때까지 중약불로 끓인다.
2. 재료들이 충분히 우러난 후 우유를 넣고 약 2-3분 정도 더 졸인다.
3. 마지막으로 설탕을 넣어 잘 녹인 후 불을 끈다.
4. 준비한 컵에 거름망으로 짜이를 걸러내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