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이를 연재하다 1
"마살리짜이 한잔 주세요."
쌀쌀한 날이 더 제격인 누군가의 주문.
2개짜리 화구와 아담한 개수대가 거의 전부인 좁은 주방에 주문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벽 선반 위 즐비한 병들을 연다. 그 안에는 먼 이국에서 온 바싹 마른 갖가지 식물들의 잎사귀, 꽃봉오리, 씨앗, 열매, 줄기의 껍질 등이 담겨있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향신료이다. 서너 가지를 꺼내 절구에 콩콩 찧은 다음 스테인리스 냄비에 물, 홍차, 우유, 설탕과 같이 넣어 끓이기 시작한다. 모든 재료는 가열된 냄비 안에서 우러나고 서로 어우러져 색이 차츰 진해진다.
나는 이때의 짜이색을 무척 좋아한다. 그 보드랍고 진득한 흙빛의 갈색을 짜이 브라운chai brown이라 이름 붙였다. 매번 끓일 때마다, 재료의 선택에 따라 조금씩 다른 빛이 감도는 색들이 냄비 속에서 넘실거린다. 잠깐 멍하니 바라본다.
알맞은 농도로 짜이가 졸아들면 불을 끄고 인도에서 온 앙증맞은 유리잔에 거름망을 대어 쪼르륵 따라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 향긋한 음료 한 잔을 고대하던 이 앞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짜이가 많이 뜨거워요. 컵 윗부분을 살짝 잡고 천천히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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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짜이를 좋아하고 자주 만드는 사람 중 하나이다.
사실 작년 여름, 7년간 운영했던 짜이집을 닫았다. 카페를 아껴주던 손님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소식. 오랜 고민 끝에 매일 짜이를 끓이고 파는 장사치의 일상을 접고 카페를 열기 전 본업이던 그림을 더 늦기 전에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슬슬 손을 풀며 그림을 그리고 전보다 가족들과 가까이 지내며 휴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짜이와 영영 멀어질 요량은 아니다. 낯설기만했던 짜이가 지겨워질 정도로 열심히도 살았던 지난 몇 년은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된 소중한 시기였다. 그 시간을 스스로 정리하고 기록해 미래의 나를 위해 두터운 거름으로 만들고자한다. 그림과 글로 책을 만들어 짜이를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자, 우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진한 생강 짜이를 한잔 끓여보도록 하자.
추운 계절에 마시는 짜이는 더욱이 각별하기 때문에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얼른!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