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시스턴트 생활 2 (마지막화)

타이베이 그림여행기

by 두더지손
먹선생 춴과 어시스턴트의 한 때


춴은 훌륭한 음식 사냥꾼이었다. 예리한 눈빛으로 빠르게 걸어가며 스쳐 가는 식당들과 식료품점과 디저트 가게를 스캔했다. 어떤 때는 서서 음식을 지켜보기도 하고 가게로 들어가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모르는 음식이 나타나면 매우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첫 목표물이 나타났다. 길가 작은 가게에서 디저트와 빵류를 팔고 있었다. 거기서 춴은 레몬 케이크 2개, 펑리수 파인애플 맛, 딸기 맛을 한 개씩 샀다. 그리고 내게 휴대전화를 건넨 후 찍어달라 했다. 이미 숙련된 어시스턴트인 나는 낮에 했던 것처럼 빠르게 임무를 수행했다. 펑리수는 지금껏 내가 대만에서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었다.

조금 더 걷자 인파로 물결을 이룬 화려한 야시장이 나타났다. 춴은 킁킁거리며 지룽이 타이베이와 매우 다른 게 느껴지지 않냐고 했지만 난 사실 잘 못 느꼈다. 내겐 아직 이 또한 ‘대만' 일 뿐이었으나 그는 아주 흥미로워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우리의 행위는 아주 정형화된다. 맛집으로 보이거나 관심이 가는 가게에서 춴이 음식을 사면 나는 그가 먹는 모습을 찍고 춴은 동영상에 대한 멘트를 붙여 곧장 SNS에 올린다. 곧이어 나는 그가 맛보고 권해주는 음식을 아기 새처럼 냠냠 받아먹는다. 오늘밤 복 터졌구나 싶었다.

지레 겁이 나서 그동안 못 먹었거나 메뉴판에 한자만 쓰여 있어 무엇을 파는지도 몰라 지나친 음식들, 게다가 진짜로 맛있는 음식들만 먹게 되다니.

이번 여행에서 하나도 기대하지 않았던 영역이

사실은, 음식이었다.


설거지하는 사람
식사하는 할머니
어떤 가족의 밤마실




줄이 긴 소세지 가게



배가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위와 폐가 나눠져 있는 게 다행이었다. 숨은 쉴 수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초입 노점에서 건강한 꿀차를 한 잔씩 마셨다. 춴은 우리의 일정이 끝났다 했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의 저쪽은 바다냐 춴에게 물었다. 춴은 가볼래? 물었고

당연히 예스.


춴의 망가진 우산


시내 안으로 들어와 있는 좁은 만의 물이 비바람에 첨벙첨벙 지들끼리 부딪쳐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아주 넘실거렸고 내 기분도 같이 넘실댔다. 못된 바람 덕에 춴의 우산이 확 뒤집어져 버려 깔깔댔다. 그 비바람에도 춴은 담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완화역에 돌아와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 그에게 선물이라며 건넸다.


The end.


<에필로그>

대만을 떠올리면 늘 생각나는 망고여관과 춴 그리고 잠시 스치는 낯선 여행자에게도 마음을 다해 대하던 이들. 여행 속 텅 빈 시간에 누구에게 들려주기엔 시덥잖은 이야기는들은 일기장에 적었고 춴과의 묵묵한 동행은 주머니 속 수첩에 볼펜 드로잉으로 끄적였습니다.

춴과의 일화를 담은 글과 그림을 출력하여 손으로 재단하고 한땀씩 꿰매어 손바닥만한 책자로 만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 @mole_d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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