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 준비부터 압력테스트까지
“백차장님, 동 배관 (Copper Pipe) 준비는 잘되고 있나요? 우리 관련 승인서류 아직 제출하지 않지 않았나요?”
“네. 동 배관 업체는 찾았고요, 가격이 너무 올라서 조금 기다리고 있었어요.”
“구매는 나중에 하더라도, 발주처에 자재승인은 미리 받아야죠. 혹시나 발주처가 이것도 배관이라고 MR (Material Requisition) 쓰라고 하면 지금 엄청 늦은 거잖아요.”
발주처 시방서(Project Specification)에 따르면 모든 배관은 Inspectable로 분류되어 있다. 다행히 Tubing은 Non-inspectable이라서, 우리는 Copper Tubing으로 FMAR(Field Material Approval Requisition)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아이고, 말씀만 들어도 무섭네요. 제가 빨리 서류 준비할 테니, 제발 MR로 준비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과장님.”
...
“소장님, 배관 Leak Test용 Test Manifold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아, 그거 옆에 있는 배관 협력업체들도 어려워서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하던데… 우리가 할 수 있겠어요?”
“네? 그거 며칠 전에 제가 제출 서류 샘플 보냈는데요. 그 샘플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왜 저번 프로젝트에서 Test Manifold가 없어서 Hydro Test (수압으로 배관에 압력을 가해서 배관에 Leak가 있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랑 Pneumatic Test (배관의 Leak를 기압으로 확인하는 테스트) 때 엄청 고생했다는 거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아니, 그건 들었는데… 배관 전문 업체도 못하는 걸 HVAC 담당인 우리가 할 수가 있을까요?”
“잠시만요, 소장님. 제가 보냈던 샘플 보면서 이야기하시죠.”
“백 차장님, 제가 보냈던 Test Manifold 샘플 혹시 출력한 거 가지고 계시나요?”
“잠시만요, 윤 과장님.”
Test Manifold는 Plumbing, 냉매 배관 등 배관 설치 후에 압력 Test (Pressure Test) 때 사용하는 장치로, 설치한 배관에 압력을 주입할 때 사용한다. 이 장치가 없으면 배관의 압력 Test가 불가능하다. 즉, 이 장치는 계획한 프로젝트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HVAC 팀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장치 중 하나이다. 물론 배관팀에서도 준비하겠지만, 배관팀 테스트 일정을 다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 차장님. 차장님도 같이 보시죠.”
백수종 공무차장님 회의테이블에 앉았다. 어차피 모든 서류 관리는 백차장님이 담당하고 있으니까, 백차장님도 같이 듣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여기 보세요, 소장님. 관련된 자재가 9 COM 시스템에 등록된 업체에서 구입한 것이냐, Manifold 도면, Manifold 용량 계산서(Capacity Calculation), 자재 MTC (Material Test Certificate), Manifold 압력 Test Report, Pressure Gauge 교정(Calibration) Report만 제출하면 돼요. 이것도 발주처 품질팀 승인을 받아야 하니까, 아무리 짧게 잡아도 2달은 걸릴 것 같아요. 우리 Plumbing 배관 Test가 4달 후에 시작될 예정이니까,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소장님.”
“그래요? 그 정도면 샘플이 있으니까 어렵지 않은 거 같은데…. 배관 협력업체는 왜 어렵다고 말한 거지? 백차장. 이거 바로 진행해. 말 나온 김에 바로 끝내자고.”
중동 EPC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건물 내 온도 조절을 위해서 주로 사용하는 장비는 AHU(Air Handling Unit: 공기조화기)와 ACCU(Air Cooled Condensing Unit)이다. 기존에는 냉방 용량에 따라서 Chiller(냉동기)를 사용하기도 했으나, Chiller에 연결되는 냉수배관을 설치하는 것이 ACCU를 설치하는 것보다 공사 방법이 어렵고(냉수배관은 냉매배관에 비해서 크고, Carbon Steel 배관을 사용해서 용접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요새는 ACCU를 사용하는 추세이다.
AHU와 ACCU는 일대일로 냉매배관으로 연결된다. (AHU가 3대라면 ACCU가 3대로 구성된다.) 냉매배관 및 장비의 크기가 훨씬 크지만 가정용 에어컨과 그 기능은 거의 비슷하므로, AHU는 실내기, ACCU는 실외기라고 생각하면 쉽다. 보통 하나의 ACCU는 2~4대의 압축기(Compressor)로 구성되어 있고, 건물 내 온도에 따라서 가동되는 압축기의 대수가 달라진다. (여름철에 건물 내 온도가 설정한 온도보다 높을수록 더 많은 압축기가 동작하게 된다.)
시공 엔지니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HU와 ACCU를 현장에 설치한 후에 냉매 배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냉매 배관에는 보통 동 배관(Copper Pipe)을 사용하고, Brazing을 활용해서 연결한다. 냉매 배관을 설치한 후에는 기압으로 (Pneumatic) Leak Test를 진행해야 한다. Test Manifold는 냉매 배관에 압력을 주입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이다. 이 도구는 기압 및 수압 테스트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기압테스트에는 운전압력 대비 1.2배의 압력을 사용하고, 수압테스트에는 운전압력 대비 1.5배의 압력을 사용한다. 위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 명시된 것처럼, 이런 Test용 도구는 사용하기 전에 발주처 품질팀의 승인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HVAC 시공 엔지니어라면 반드시 관리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냉매배관 설치이다. 냉매배관 설치를 관리하는 것은 냉수배관이나 소방배관 공사를 관리하는 것보다 쉽지만, Brazing을 위해서 화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Plumbing 배관을 다루는 것보다는 어렵다. 냉매배관 설치를 위해선 Hot Work Permit을 만들어야 하고, 현장에 소화기를 비치해야 하고, 화재감시자도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
냉매배관을 연결할 때에는 배관 안에 질소를 흘려서, 작업 도중에 배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Purge) 그리고 배관 연결 작업이 끝나면 배관 끝에 Cap을 설치해서 외부의 이물질이 배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배관 설치가 끝나면 Leak Test를 진행하고, Leak가 없으면 Flushing을 통해서 배관 내에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혹시나 배관 안에 이물질이 남아있다면, 나중에 ACCU를 가동할 때 압축기가 고장 나거나 공조기(AHU)의 증발기(Evaporator)가 막혀서 고장 날 수 있으니 Brazing 작업 중 질소를 흘리는 것과 Flushing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절차이다.
Brazing이 용접(Welding)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쉽지만, 사우디아람코의 경우에는 Brazing을 용접에 준하게 위험한 작업(Special Process)으로 분류해서 관리하므로 관련된 작업에 대한 준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Special Process로 분류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JCC 같은 작업자 시험 (시험에 통과한 작업자만이 Brazing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작업자 교육 과정 (Training Material), 작업 절차서(Method Statement), 품질 관리 절차서 (Quality Cotrol Procedure)을 발주처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각 절차 별로 최소 6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냉매배관 설치 작업 착수 전에 충분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특히 Brazing 작업에 사용할 BPS (Brazing Procedure Specification)도 발주처 품질팀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서이므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나는 사우디아람코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BPS를 승인을 받는 데까지 2달 이상을 시간을 사용했던 경험이 있다.
냉매배관은 ACCU와 AHU를 통과한 냉매가 효율적인 냉동 Cycle을 일으키기 위해서 보온을 설치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고무재질의 보온재로 냉매배관을 감싸는 방식으로 보온을 진행한다. 보온을 설치하고 난 후에는 보온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Cladding (혹은 Jacketing)을 설치하는데, Aluminium Sheet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냉매배관은 설치뿐만 아니라 보온 및 Cladding까지 진행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공사스케줄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한다. 보통의 발주처는 물리적인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장비를 테스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비 시운전 시점부터 냉매배관 설치/보온/Cladding 작업을 완료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여 냉매배관 설치작업을 미리 착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