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유튜브와 인스타를 지웠다
아들은 2년 전부터 축구 광팬으로, 손흥민 선수가 있는 토트넘을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아빠와 같이 FIFA 게임을 하면서, EPL(English Premier League) 축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그토록 빠져있던 레고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축구로 옮겨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축구라면 몸서리 칠 정도로 싫어하더니, 역시 게임은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들어주나 보다.
올여름 한국에서 밥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오블락, 그리에즈만 등의 선수가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단 중 한 명인 찰라르 쇠윈지 선수한테 티셔츠에 사인을 받는 행운을 거머쥐고, 사인받은 티셔츠는 방문에, 또 자신의 방에도 방을 꾸민다며 보물과도 같은 축구 유니폼들을 신줏단지 모시듯 벽에 걸어놓고 있다. 당시에 너무 놀라고 반가워서 남편은 편의점에서 매직을 구해오는 등 우리 식구와 동생네 모두 난리법석이었다.
내향적인 아들은 아주 큰 소리로 사인해 달라고 영어로 이야기를 했고, 쇠윈지 선수가 그 모습을 보고 사인을 해주었다. 하필 남색 티셔츠라 검은 매직이 보이지 않을까 봐, 회색 반바지에 사인 요청을 했으나 호텔 직원의 제지로 남색 티셔츠에 사인을 받고야 말았다.
여름 내내 아빠한테 선물로 받은 유티폼들을 입고 다니더니, 겨울에는 벽에 걸어 놓는다고, 벽이 아주 화려하다 못해 알록달록하다.
운동을 잘하지는 못해서, 직접 발로 뛰는 축구는 하지 않지만, 게임 영상, 누가 골을 넣었는지, 승부가 어떻게 났는지, 선수들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이다. 축구에 대한 아들의 열정은 이 정도로 크다.
이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까. 바로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앱, 또 수많은 유튜브 영상이다. 아들의 유튜브 시청 기록을 보면 대부분이 축구 하이라이트 영상이고, 알고리즘이 계속 축구 해설과 각종 경기들을 추천해 준다. 요즘에는 한국 뉴스 소식을 종종 접하며 어린이집 소식까지 들으며 틈틈이 시청 중이다.
축구 좋아하는 친구들과는 그런 얘기도 해야 한다며, 꼬박꼬박 챙겨보는 아들은, 최근에도 숙제를 하면서, 한쪽에는 유튜브로 축구 영상을 틀어놓고 동시에 멀티를 하고 있었다. 종종 그 모습이 못마땅해서, 둘 중 하나만 하라고 한 마디씩 했었다. 물론, 예전에는 다른 사람이 게임하는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던 시기도 있었어서 그보다 좀 더 철든 모습이라 좋아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들은 일상에서는 핸드폰을 잘 챙겨보지 않는 흔한 남자아이이다. 학교에 있을 때 뭐 좀 챙겨 오라고 연락을 하면, 그날 저녁에 위챗을 확인하는 전형적인 덜렁이이다. 필요한 말이 있어서 전화하면 무음이라 받지 않을 때가 많지만, 본인이 필요할 때는 잽싸게 전화가 온다. 핸드폰은 가끔 친구들과 연락, 또는 학교 스케줄 확인, 아니면 나머지는 축구를 위한 영상 시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원래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데, 몇 년 전에 중국을 떠난 아들의 친구 엄마를 통해서 친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개받게 되었다. 아이들끼리 개인적으로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내가 아들한테 인스타그램을 다운로드하라고 권유했었다. 학교 친한 친구들도 몇몇은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어서, 아들이 내향적인 아이이니, 애들이랑 sns도 하고, 사진도 올리면서 관심을 가질 줄 알았다. sns를 두고 엄마와 아들이 바뀐 모습이었다. 하지만, sns, 사진 찍기에 전혀 관심이 없고 역시나 인스타그램에서도 관심 있는 계정은 온갖 축구 계정을 팔로우해서 모든 소식을 챙겨 보는데 심취해 있었다.
내 발등을 내가 스스로 찍었다.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최근에 아들한테 좋은 영향을 주는 순기능의 추천 역할을 한 걸 알게 되었다.
"엄마! 나 핸드폰에 유튜브랑 인스타그램 지웠어."
"네가? 왜? 갑자기?"
"어떤 유투버가 공부하려면 방해되는 환경을 다 없애래. 내가 숙제할 때도, 공부할 때도 계속 인스타그램에서 축구 계정 보게 되고, 유튜브도 그렇더라고."
"어머, 그런 멋진 유투버가 누구야?"
"이 사람이야!"
참 멋진 형아다! 참 좋은 일하네라며, 영상 하나를 보니, 영어라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자막과 간간이 들리는 쉬운 영어 단어지만, 어쨌든 온라인에서 만난 아들을 스스로 변화시켜 준 멘토였다. 아들말로는 미국 아이비리그에 다 합격했는데, 소개란을 보니 MIT를 졸업한 청년이었다.
나도 아들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이렇게 건전하게 잘 자란 청년들 보면., "뉘 집 아들인가, 참 잘 키웠네." 이런 생각이 드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들의 생각을 바꿔줬다는 점이, 요즘 시대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멘토선생님 같다. 엄마 아빠 말은 듣지 않고 잔소리라고 생각하는 아들을 변화시켜 준 고마운 은인이다.
아들은 물론, 주말이나 시간이 나면 여전히 FIFA를 하고, 즐기지만 또 다른 마음가짐이 생겼나 보다. 시작이 반이겠지만, 그 좋아하는 축구와 해야 할 일을 이제라도 구분해서 자신의 인생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대견도 하고, 저 멋진 청년을 유튜브를 통해 만나서 스스로 컨트롤하는 모습에 유튜브의 순기능을 알게 되었다. 남자애들은 역시 때가 되고, 뭔가 느끼면 알아서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아직 패드의 자유로움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말이다.
고마워요, Gohar Khan 씨. 댓글로 인사라도 해야겠다.
사진 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