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 추억

(에세이) 아들 결혼식에서 시낭송을 하다

by 황윤주

아들 결혼을 앞두고 아들과 예비며느리에게서 제안을 받았다.

주례사를 대신해서 시낭송을 해주시면 어떠냐고 물어왔다.

나는 주저 없이 너희들만 좋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고 하였다.

어디서 그런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많은 하객들 앞에서 해야 함에도 부끄러움이나 걱정보다는 그저 아들, 며느리가 좋다면 직접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의 시였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참고하시라며 노래 한 곡을 링크를 걸어

카톡으로 보내왔다.

나는 노래를 듣고 즉흥적으로 시를 지어 아이들에게 보냈다.

아이들은 내가 보내준 시를 읽고 수정해서 이러면 어떻겠냐 내게 물어왔다.

내가 담고자 하는... 말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모두 담겨 있어 흔쾌히 좋다고 하였다.

마음에 쏙 들었다.

시 제목은 <한 그루 나무>이다.

시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한 그루 나무


오늘부터

한 그루 나무를 심어보렴


시작은

가냘프고 어설픈

어린 묘목이지만


믿음이라는 거름 위에

사랑이라는 물을 주고


영원이라는 햇살 아래

행복이라는 열매 맺는


세상과 어우러지는

소중한 나무로 잘 키워보렴


사랑한다


나는 그때부터 매일 시낭송을 연습했다.

평소에 자주 깜빡거려서 잊어버리지 않을 때까지 시를 외우기로 마음먹었다.

주례사를 갈음해서 하는 거라 앞부분에 감사의 인사 말씀과,

뒷부분에 아이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을 삽입해서 연습을 반복하였다.

비록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낭랑하지는 않지만 진심을 담아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매일 연습을 하다 보니 대본을 보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단상에 보고 할 수 있게 대본을 마련해 줄 거라 했지만,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다.

결혼식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평소에 유튜브 동영상을 올리면,

사위나 딸이 내 목소리에 깬다며 시낭송을 전문적으로 배워보라고 했었다.

아니면 많이 연습하고 난 후 녹음하라고 하였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물론 많은 시청자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을 잘하면 좋겠지만,

나는 내 목소리 그대로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냥 평범한 아줌마가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꼈던 걸 시로 써서 들려주는 시낭송을 하고 싶었다.

가장 내추럴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내가 연습을 할 때면,

남편이 옆에서 시끄럽다고 그만 좀 하라고 할 때가 많았다.

나는 남편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매일 하고 또 하고 무한 반복하였다.

내 기억력을 되찾아야지 하는 마음과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연습을 하면서 조금은 자신감도 생겼다.

자려고 누워서도 한 번씩 연습하고 잠이 들었다.


결혼식날,

예식이 오후 6시라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외운 걸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아침에 몇 번 더 연습을 하였다.

몹시 긴장되었다.


드디어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시낭송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심장은 두 근 반 세 근 반 두근거리고 목은 자꾸 마르고 잠겼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침을 삼키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물을 자꾸 마셨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사회자의 멘트가 시작되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몹시 떨렸다.

잠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하객들을 향해서 인사를 드렸다.

천천히 또박또박 시낭송을 시작했다.

내 생각과 달리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허스키하게 나왔다.

내심 어떻게 들릴까 걱정을 하면서 끝까지 시낭송을 하였다.

끝으로 인사를 하였다.

잠시 후에 박수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내 심장은 두근거렸다.

안도의 숨을 쉬었다.

밀린 숙제를 마친 기분이었다.


단상에서 내려가자마자 사위와 딸아이가 첫 반응을 보였다.

어땠냐고 묻는 내게 목소리가 오히려 좋았다고 하였다.

울컥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였다.

식이 끝나고 피로연을 하는데,

인사를 다니는 곳곳에서 시낭송이 너무 좋았다고 하였다.

울컥했다고도 하였다.

친구들은 물론 아는 지인들께서도 평소 시낭송을 잘 보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극찬을 해주셨다.

과찬의 말씀이라 몸 둘 바를 몰랐다.

나는 그저 아들, 며느리를 축하해 주고 싶어서 한 것뿐이었다.

오직 그 일념 하나였다.

주례사를 대신해서 한 것은,

아이들에게도,

내게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부족함이 많은데도 엄마를 믿고 맡겨준 아들, 며느리가 고맙다.

내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분들께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도록 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더불어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 나이에 꿈을 펼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진실한 글을 쓸 생각이다.

매일매일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