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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돈된 삶

요새 명동의 거리

2012년부터 2015년에는 일본에 가는 것을 참 좋아했다.

정돈된 길과 이제막 비가 온뒤에만 누릴 수 있는 고즈넉한 기운과 차분한 먹색 지붕들이 좋았다.

지금은 한국의 어디를 가도 깨끗하고 잘 정비된 도로를 쉽게 마주하곤 다.

@나는 여전히 분리된 공간의 일식집을 좋아한다

며칠전 우연찮게 covid 19 시기를 지난 뒤 명동거리를 걷게 됐다. 을지로 1가에서 약속인지라 명동역에서 걸어 가는 길에 그 전과는 사뭇 다른 명동을 마주할 수 있었다.

눈에 띄게 다양해진 거리의 관광객들의 인종, 피부색, 심지어 길거리 음식들의 청결해보였다, K컬처를 모범적으로 보이기라도 하는 듯한 정돈됨이 바삐 지나가던 나조차 발걸음을 멈추게 다. "우앙 굿!"을 연발하며!

@2024. 명동

뭐랄까.  깨끗한 뉴욕의 타임스퀘어 일대를 걷는 듯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했지만, 이런 점들은 좋은 것들이다  물론 뉴욕도 나름대로 변했겠지!

나는 작년부턴가 직장에서는, 정리 동호회를 들었다. 사내 다른 동호회와 달리 자주 모이지도 못하고, 교류도 거의 없다시피다. 딱 내가 원하는 모임이었다. 함께하지만 함께하지 않는. 하지만 신박한 정리 기술 만큼은 깨알같이 나누고 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이런 분위기가 좋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이곳에서의 교류로  나는 대체로 집안을 정리하는 법을 나눈다. 아직도 영 시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조금씩 진보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지치고 생각이 복잡할 때는 옷장을 주로 정리한다. 옷이라는 것은 집안과 밖에서 가장 밀접하게 나의 기분과 컨디션에 영향을 주곤 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런데 사실 옷장 정리를 하다보면 그 행위 자체가 나에게 일종의 멍타임이 돼선지, 힐링이다.

집에는 불필요한 장식이나 소품도 최대한 없애려 하지만, 요새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모범적인 집들처 눈에 뛰는게 전혀 없지는 않다. 변명이기도 하지만, 집이란 것은 사람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흔적 ㅎㅎ

예를 들면 욕실에서 쓰는 다양한 구강 세척 도구들은 이동이 가능한 것들은 사용후에는  선반 안으로 보이지 않게 넣어두도록 하는 것도 정리의 기술이다.

그래도 몇 가지는 어쩔 수 없이 내놓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 것 까지 다 안보이게 해야한다면, 그 역시 강박 아닐까. 적당하다 여기는 선을 찾기란 쉽지 않는 것 같다.

암튼 욕실과 주방 에서 쓰는 물품은 가급적 용기의 색상을 맞추려고 한다.


명절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들르게 됐다. 그중

담양의 거리도 나를 놀랍게 만들었다. 어쩜 이렇게 깨끗하고 정돈됐을까.  이미 알려진 지역이지만 관광지로 곧 유명세를 탈 것 같은 거리다. 물론 프로방스는 이전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암튼 이 거리처럼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연휴가 하루 하루 지나가서 아쉽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내 머릿속과 마음도 하나 둘 씩 정돈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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