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는 가볍게 운동을 한 뒤 샤워를 하고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 것이 루틴이다. 이 때 노트북으로 브런치에 일기를 쓸 정도로 한가한 날들은,손에 꼽을 정도이다. 카페에서는대게 듀얼 모니터가 필요하지 않은 일들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쓴 논문의 체계를 구상하거나, 남이 쓴 논문을 심사하는 것들이다. 그냥 듣기에도 팍팍한 이런 일들을 왜 굳이 스타벅스에서 하냐면, 그나마 토요일 오전이 주는 느슨한 여유를 누리면서도 의미있게 진도를 빼고 싶어서이다. 주말이는 과업에 필요한 적당한 디바이스에 제한이 있더라도 개방감 등 장소가 주는 장점이 있기에 카페이서 작업을 하곤한다. 이때에도 내가 갖고 있는 온 신경을 집중하는 편이다.
어제 만났던 직장 동료와 나눴던 대화 때문이지 오늘은 여러가지 했으면 하는 일 대신, 자아성찰을 하기로 했다.
내게 중요한 연구의 흐름은 집필, 퍼블리싱, 발표/토론 으로 이어지는 루틴인데, 요새는 작업에 해방돼서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기간이다. 즉 여정의 끝자락인 셈이다.
지난주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날을 보내면서, 뒤를 보게 만드는 순간들도 있었다. 준비하기에는 내 것을 발표하는 것이 더 부담이 되는 것은 맞지만, 실상 난이도로 따지면 타인의 발표에 대해서 토론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주제에 맞게 내가 말하려는 정확한 포인트를 압축적이고도 핵심적으로 전달해야 하니까.
그런 면에서 이번 토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세 번째 즈음에 발언을 예상했는데 마이크가 바로 내게 주어지게 되면서, 정신을 못 차린 게 실수의 이유라면 이유다. 하지만 그런 핑계보다 평소에 정신을 안 차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말하고자 하는 논점을 확고하게 적시했어야 했다.
유튜브에 생중계되고 뉴스도 나왔건만, 그래선지 다음 주자들인 교수님 중에서는 내가 한 발언을 반복하면서도 단어만 바꿔 말하시는 것을 보고, 내심 속이 불편하기도 했다. 원래 자기 순서 전 발언은 유심히 듣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더더욱 나의 전달력에 대해서 고민할 때인 것 같다. 죽어라고 써넣고 잘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 아닌가!
이 뿐만 아니다.
공식적인, 역할이 주어진 자리 이외 카페에서의 수다에도 발화자는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상대방이 꺼낸 소재나 질문에 대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주로 한다던지, 장황하게 말을 꺼내서 시작과 끝을 헤매던 기억도 있다. 이 역시 이불킥 할 수 있는, 몹쓸 태도이다. 내 마음도 시원해지고, 상대방도 위로하는 그런 환기의 자리가 되도록 계획성 있는 담화의 훈련이 필요하다. 백 번 연습하기 전에 제대로 훈련해 보는 일이 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필요한 요즘이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어 좋은 40대이다.
@ 어릴 때 배운 자전거, 오른쪽 왼쪽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면 속도와 균형감이 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