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무더운 여름을 마치며
참으로 긴 여름날들이다
얼마 전, 아침 저녁으로 습도가 확 잡히는 것을 보고서야 조심스레 창문을 열어보았다.
에어컨을 이렇게까지 하루 중 긴 시간을 켠 것도
9월 중순이 돼서까지 켜놓고 있기도 처음인 것 같다. 정말이지 24시간 내내 켜놓고 살았던 것 같다.
지난주는 특별히 더 바빴던 것 같다.
개강을 해서일까?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생기를 받으며 나는 잠시라도 휴식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만땅인게, 이제는 주 1회 하는 PT 수업도 생략하고, 어떤 날은 벽돌을 가득 넣은 것 마냥 무거운 가방을 들고, 저녁 무렵 교대로 오니 서울을 콤파스로 한바퀴 콕. 돌린 기분이기도 했다.
오후 3시, 아침 일찍 시작하는 나에게 이 시간은 체력적으로 부대끼는 시간이다. 물론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 바쁘게 생각을 찍어 나르면서도, 감사한 것은 옆에 있는 사람이다.
어쨌든 나는 대체로 못 챙기고, 대체로 기억을 못하고, 같이 있지만 혼자 우주 속에서 있는 듯한 기분을 주는 사람인 것은 맞다. 이 사실을 깨닫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좋은 친구가 있는 것은 감사하다.
반려자란 정말 하늘이 주는 것이다.
글 빚쟁이...!
그렇다 내 이말의 뜻을 알기는 하였지만, 며칠 전 나와 미래의 나와 바통터치를 해가면서 계속해서 또다른 작업을 하고는 있다.
가끔 친한 동생은 내 삶이 갓생이라며, 브이로그를 찍어 마땅하다고 그런다.
"그러게, 누가 좀 대신 찍어주면 좋겠다"
그렇다. 나의 아침은 운동과 예쁜 접시에 담아낸 브런치, 거품이 가득한 거피로 시작된다. 딱 거기까지 브이로그에 적절하다가도 그 다음부터는 300미터 달리기를 수차례 하는 모습일 것이다. 마라톤이 아니라.
하지만 요새는 여유가 좀 더 없어지고, 부르는 곳도 많아져서 하나 하면 줄줄이 사탕처럼 대기하는 일들이 많아서 즐기지를 못하는 기분이다.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지만, 이제 더 이상 좀더 바쁘고, 좀더 열정적으로 산다고 해서(정확히 말하면 열정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딱히 더 큰 만족감이나 스스로 뿌듯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마땅히 주어진 것들을 했을 뿐이고 해치워서 다행이구나 싶지만, 어김없이 그 다음의 과제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클리어가 안된다.
예전에 어떤 친구는 회사 법무시스템을 테트리스라고 했는데, 그것은 그리 장시간의 집중력이나 장기간 엉덩이를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그래도 딱히 불만은 없었다.
물론 지금의 과업에도 딱히 불만은 아니다. 연구자인 이상 고생을 사서 하는 일들이지만, 좀 쉬고 싶다.
그러고 보니 뇌리를 스치며 생각나는 말이 있다.
"박사님, 물들어올 때 노저으란 말이 있잖아요. 한참 물이 들어오는 데 조절하실 수 있는 비결은 뭐에요? 그러실 수 있으세요?"...........
그땐 그랬다. 하지만, 난 지금 90%다.
좀 비워내야할 때가 아닐까.
"우리 선생님들!!~~ 같이 좀 페이스를 늦추면 안되겠습니까?"
생각해보니, 나의 마흔 줄에는 딱히 비싼 가방이나 신발을 산 것 같지는 않다. (아닌가?) 샀다고 해도 착용을 잘 하지 않는다. 서울 한바퀴를 돌려면, 딱히 그런것들은 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릴때와 동일하게도 여행지, 숙소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편인 것 같다.
오랜만에 찾은 강릉에는 더 현대식의 더 집중적인 즐길거리들이 많았다.
수영장에도 딱히 시끄러운 인파도, 물거품을 내면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좋았다. 아마도 휴양지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인가 싶기도 했는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물안경을 끼고 서라도 실내 수영장 수영을 하기도 하니까!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내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갑자기 휴게소 핫바가 생각이 난다.
(전혀 즐기는 음식이 아닌데!!)
아마도 곧장 떠나야 할 시간인가 싶다.
멋진 해변과 오전의 태양은, 이렇게나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