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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에 민감하면

나도 모르게 젖어드는 것

세대 공감


요즘 앞뒤 대여섯 살 터울들과 만나면 듣는 소리가 있는데,

"넌 그래도 그대로다"

"누나는 왜 안 늙어요?" 하는 만들이다.

이런 말들이 예사롭지 않게 들는 이유는, 나 스스로 마흔 하나를 넘기면서 ' 아 정말 나도 나이를 먹어버렸구나'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2,30대 동안이라고 생각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아, 젠장! 어이쿠야' 싶은 것이다.

비슷한 또래가 보니 예전처럼 보이는 것이지, 슬프지만 나의 어디가 그대로이겠는가.


나를 여전히 어리게 봐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바로 6,70대 우리 윗 세대들이다. 그들은 우리를 친절하게도 '아가씨' '학생'으로 불러주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어야 하듯이 우리 역시 그들은 아직 '아주머니'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배우 윤여정 님이 아카데미 상을 거며 쥐었다. 직, 당당한 에너지 때문인지, '어딜봐서 그녀가 70대 할머니인지!' 한다.

비록 나 혼자 그녀를 알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익숙한 누군가의 외모와 특징도 나의 느낌과 경험로부터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나는 그대로인 것 만 같아서, 내 아래 세대는 아직 너무 어려서 고작 해봤자 대학생 같아 보이고, 내 윗 세대는 아직도 그냥 진짜 어른들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유행만 따르다 보면 딱 그 부류가 될 수 있다


30대 초에 한참 들락날락했던 인터넷 쇼핑몰의 모델들이 입는 옷도 패션도

내 눈엔 그대로인 것 같지만, 벌써 십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한때 2,30대를 겨냥했던 그 쇼핑몰은 다른 세대의 옷을 파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또래의 패션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실제로 그들과 나는 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도 멋지고, 고상해 보이는 것이 좋은 면도 있다.

한편으로 어릴 때야 유행에 따르면 산뜻해 보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너무 유행에 따른 패션을 좇다 보면, "바로 그 나이대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을 주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서울근교에도 계곡이 흐르는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다.

어디 패션뿐일까, 같은 나이와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에서 오가는 말투와 습관, 서로가 서로를 보며 "우리끼리 좋아 보이는 무엇"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나를 특정 세대의 모습으로 고정시키는 무엇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갈수록 다른 세대와 다른 지역과 다른 환경의 사람들의 가치와 생활, 문화를 배우며 부단히 노력해야 하나 보다.


나 자신이 뻔한 사람이 되지 않게,

다른 세대의 그 무엇도 잘은 몰라도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할 수 있을 정도의 포용력은 갖아야지.

그리고 내가 있는 세상이 다가 아니듯, 나보다 모자라 보이는 지역과 환경의 사람들을 내가 가진 잣대로 판단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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