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일상의 선택을 달리할 때

작지만 확실한 선택하기

아침에 커피 두 잔을 마셨지만
내리는 비에 얇은 책 한 권을 가까스로 겉옷 주머니에 넣고 비닐우산을 펼쳐 들었다.


보통은 사이렌 오더를 통해 스타벅스 커피를 픽업해서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선호지만, 가 오니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사람이 좀 없으려나 기대해봤지만 스타벅스엔 여지없이 은 인파가 있었다.

대단지에 살아서 좋은 점은

놀랍게도 단지 안에 커피빈과 스타벅스가 나란히 있기에 확실한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커피빈 커피가 가장 맛있습니다"라는 광고 카피에 확실히 설득당해 커피빈으로 들어오게 됐다.

(쓰다 보니 커피 프랜차이즈 광고 글 같은 인상이지만 이왕이면 사진도 올려야겠다)
스벅 대신 선택한 커피빈은 인테리어도 고급지고 조용하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조용히 책을 보거나 노트북으로 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평소와 다른 작은 선택이 뜻밖에 기쁨을 주는 날이 있다. 거의 50분 남짓을 아무런 방해 없이 앉아 있을 수 있었으니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이다.

'내친김에 일에서도 과거와 다른 결정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오랜만이긴 해도 이런 생각은 솔직히 한 두 해 일은 아니라서 뭐 대단하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법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중2병 같은 생각이다.


20여 년을 법학도로 일로 살아와 놓고 이제야 '사실은 이것보다 다른 것에 더 마음이 있었다'라고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여태껏 해 온 일에 괜히 아마추어 같은 인상을 남길 수 있으니 안 하는 것으로 한다. (물론 앞으로도 한 참은 아마추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문화적인 정체성과 룰이 있다. 일부일처제와 같은 가정생활 규율 법( 가족법 )인데, 다행히 직업이나 업종이 하나여야 하는 관습법은 없어서 다행이다. 다니는 회사의 근로계약서에서는 겸업금지 조항이 있지만, 요새는 투잡에 부캐 시대 아닌가?


그렇다고 좋아하기는 이르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이런 류의 선택은 내 몫이되 능력의 제한이 있어 쉽지가 않다.

그냥 생각만 해 볼 뿐이다.


연애와 결혼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많은 이들이 종국적인 결혼을 선택하듯이, 또한 매일 라면을 먹겠냐 밥을 먹겠냐 했을 때 결국 밥을 선택하듯이,

밥벌이 일은 너무 매력적이면 곤란하다.

즉 적당히 거리감이 있어서 물리지 않거나 물릴 필요도 없는 정도의 일이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스스로 어른스럽고 기특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유행에 민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