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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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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는 닥터희봉
Jun 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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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일 엄마네로 넘어갔다.
12시 무렵 갑자기 현관문이
'뚜뚜뚜 뚜뚜' 하더니 우리 집 막내가 들어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순간 이동을 하듯
시공간이 바뀐 이가 툭! 집안으로
들쳐 온 느낌이었다.
막내란 늘 집에서 잠옷 바지에 동그란 안경 너머로 "헤~" 하고 멍한 모습이어야 하는 법
그런데 검은색 바탕에 노란 꽃무늬 롱 원피스에 정상적인 직장인 모습을 한 샬, 랄, 라, 한 여자였다.
아직 엄마와 살고 있는 막내 동생은, 올해부터
엎드리면 코닳을 위치에 직장을 배치받았고
그 때문에 점심 때면 집에 와서 쉬다 갈 수 있다고 한다.
좀 있으니 엄마가 밑반찬에 보글보글 찌개에 밥을 꺼내 주시는 것 같다.
밥 위에는 노란 계란이 턱 하니 올라가 있는데,
간장을 샤샤삭 비벼서 계란밥을 해 먹는 것이다.
엄마와 따로 식사를 나갈 참이
었던 나는, "한 입만"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아니 그런데
,
애는
매일 엄마가 이렇게 점심을 차려줘? 집밥으로?'
20대 중후반에 여의도에서
여의도 백화점 근처를 돌며 점심 먹던 나랑은 달랐다.
'뚜뚜뚜 뚜뚜'
또 현관문 비번을 누르는 소리가 난다.
이번엔 또 누구? 막내가 식사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안 돼서 또 누군가 자기 집인 양 씩씩하게 들어온다.
이번엔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뒷 동에 사는 조카였다.
조카 역시 자기 집보다 만만한 게 할머니 집이다.
4학년인
조카는 키가 훌쩍 컸고 제법 고학년 티가 나기 시작한다. 조카더러 우리는 나가서 먹을 거라며 같이 가자고 하니, 막내
이모 앞에 계란밥을 보고
"어? 나도 집에서 먹어도 되는데~"라고
한다.
' 훗훗, 너도 큰 이모랑 같은 맘이구나...'
아마 조카도 막내 이모의 계란밥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날 결국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곁가지로 3,500원이나 하는 주먹만 한 간장계란밥을 시켰다, 엄마는 내가 왜 그걸 시켰는지 모르실 것 같지만.
-
부모 품을 떠나 결혼하기까지는 아무래도 엄마의 품이 많이 필요한 게 자녀인가 보다.
어제는 회사에서 가까이 지내는 동생이 그날은 재택이라 부모님이 오셨다고 했다.
" 어머니 맛있는 거 사드려~"라고 했더니, " 엄마가 오늘은 점심 식사를 차려 주세요~!"라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며칠 전 동생에게 차려준 점심식사 식탁이 떠올랐고,
밥 위에 턱 하니 올려진 노란 계란 노른자가 생각나 그만 마음이 환해졌다.
이 친구도 참 회사에서는 이리저리 고생이 많았는데, 집에서는 얼마나 귀한 아들내미일까 싶었다.
우리가 학교나 사회에서 만난 그들은 모두 귀한 사람들이구나!
내가 밖에서 대하는 귀한 자녀들,
그들이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이고, 신이 머리숱 숫자까지 셀만큼 아끼는 자녀
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
마태복음 10: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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