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충고해줄 누군가 없다면, 혼자인 것이다.

진심으로 전하거나 진심으로 받거나

우리를 담아내는 틀, 작은 공동체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가평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어릴 때 기억이 어렴풋이 남은 채 너무 다른 모습들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알몸을 내비쳐도 덜 부끄러운 사이인가 보다.


갑자기 약속한 여행이라서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지만,


각자의 일상에서 벗어나

한 데 모여 여행 갈 여유가 있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임에는 한 가지 룰이 있는데

뭔가 하면, 바로 '여럿이 모일 때 화장실 가면 안 되는 법칙'이다.

아무래도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마치면, 자리에 없는 친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법이다.

초, 중, 고, 대학시절을 보낸 친구들 모임은 '그때의 기억'이라는 것이 있기에

자리에 없는 사람들도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 딱히 나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좀 더 인격적인 관계가 되면, 추억팔이 대신 '우리의 오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게 된다.

이 바쁜 세상에서 그야말로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시간을

기쁘게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과거의 영광 혹은 몽환에 현재가 힘든 한 친구의 이야기를 '주로' 나누게 됐는데,

이렇데 된 이유는 여럿이서 그의 이야기를 같이 공감해주고 조언해 주는 데도

당사자가 순응을 안 하고 방어하기 급급한 것에 있었다.


모처럼 낸 시간을 너무 한 사람 이야기만 계속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당사자는 자기 이야기 말고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벌써 두 번째 여행에서 이런 자리가 계속되는 것 같다.


충고해줄 친구가 없는 사람


"누구도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말한 적이 없었는데, 너희가 왜?"

안타깝게도 그는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다른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는 당사자를 위해 새벽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줬지만, 다들 지친 눈치였다. 다음날 그는 아침에 먼저 떠났기에 다른 친구들은

돌아오는 길에 "희봉아, 네가 A를 감싸주는 것은 알겠지만, 조언을 받지도 않고 달라질 생각도 없는 애인데, 앞으로 기분 좋게 떠나올 여행에는 같이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내게당부를 했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충고도 해주지 않는다면, 나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것,

소통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외로운 어른이 될 것인가? 가시가 톡톡 박혀서 아무에게도 곁을 내어줄 수 없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그에게 측은지심도 있고 그가 좋은 사람이라 믿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에 대한 공감도 애정도 없는 모두가 같이 볼 이유가 더 이상 없어진 것을 나야말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흠이 없다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멀리서 멋져 보이는 사람도 가까이서 보면 모두 흠이 있다.

그것이 인간이니까.

하지만, 달라질 생각이 없는 사람 또한 개선의 여지가 없는 사람이다.

놀랍게도 그런 사람도 존재한다.


남들이야 어떻든

나는 계속해서 가족과 나보다 현명한 주변인들에게 조언을 구해서 어제보다

나아지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래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자리에 없는 녀석을 위한 작은 선물을 사봤다.

'으이고, 과거 속에 사로잡힌 독불장군아. 정신좀 차려라!'



작가의 이전글 눈 오고 해 뜨고 파랗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