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손원평, <아몬드>, 창비, 2017
by 변호사엄마 레지나 Dec 27. 2019
최근 들어 생긴 내 취미 중 하나는 '서점 구경하는 것'이다. 책을 사지 않아도 베스트셀러 서가에 어떤 책들이 진열되어있는지 구경하고, 알록달록 감각적인 디자인의 신간 표지를 들여다보고, 특별히 호기심 가는 표지가 있는지 끌리는 책 제목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재미있다. 고백하자면 나는 책 읽는 것보다 책을 사는 것, 책을 사기 위해여 고민하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마치 여행 가는 것만큼이나 여행 가기 전 계획을 세우는 것 같이.
그런 점에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한참 동안 나의 호기심을 많이 자극하였다. 그만큼 오래도록 베스트셀러 코너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베스트셀러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소년의 심드렁한 눈빛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잡아 끌었다. (아마도 이 책이 잘 된 이유에는 멋진 표지 디자인도 한몫하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선재는 뇌에 있는 편도체의 크기가 보통 사람보다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태중에 아빠를 잃고 엄마와 할머니에게 길러진, 남들과는 다른 선재. 어릴 적 부모를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한 후 세상에 던져져 힘겹게 살아온 곤이. 이 두열일곱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맞다. 멋진 표지 디자인의 인물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선재였던 것이다. 왜 소년의 표정이 무표정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가 있었다.
'영화보다 강렬하다', '흡입력 강한 이야기', '매혹적인 문체, 독특한 캐릭터, 속도감 넘치는 전개!' 이 소설을 소개하는 문구들이다. 맞는 표현이다. 나도 그냥 그렇게 재밌게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마음 한켠이 답답해져 오는 것을 애써 무시해보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서평을 써보려고 책 읽은 감상을 정리해보려 했으나 쉽게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두 소년, 선재와 곤이는 '괴물' 취급을 받아온다. 문제아로 낙인찍고 꼴통 취급을 하던지, 따돌리던지, 무서워하거나 피하던지, 보통과 다르다는 이유로 선재와 곤이를 그렇게 대한다. 작가의 메시지는 비교적 선명하다. 이야기 내내 작가는 직접적으로 소년들을 '괴물' 취급하는 이들뿐 아니라 누군가의 가해행위에 침묵하며 바라만 보고 있던 이들 역시 똑같은 가해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선재나 곤이가 내 아이의 친구였다면? 이들이 내 이웃이었다면? 그런 물음이 자꾸 드는 바람에 이 이야기를 마냥 재밌게 즐길 수 없었다. 나 역시 선재와 곤이를 힘들게 하던 무관심한 다수의 군중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이야기 자체로 즐길 수 없었다. 불편한 마음을 갖는 것조차 부끄럽게 만드는 묵직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