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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건축가 Jan 25. 2024

왜 그렇게까지 글을 쓰려하나요?

그러게요. 저는 건축학을 전공했어요. 공학과 예술의 중간 어디쯤 있는 학문인데, 건축을 잘하려면 건축 외의 것을 잘해야 한다고 은연중에 학습이 되었어요.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 다루기, 여행하기, 사진 찍기, 디자인하기, 악기 다루기, 패션, 외국어, 운동… 분야는 끝이 없죠. 그 때문인지 졸업생들 중엔 동화책 작가, 신문기자, 출판사 편집자, 프로그래머 등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직업을 가지게 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나 봐요.


저는 딱히 두드러지게 잘하는 분야가 없었어요. 무난히 학과공부해서 4.0으로 졸업하고 취업을 못했죠. 졸업학년 전에 인턴을 했었는데, 제가 원하는 직업이었지만 제가 원하는 삶의 형태가 아니더라구요.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한 답을 찾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캄캄했고 막막했고 우울했어요.


그때 글쓰기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간간히 일기를 쓰긴 했지만 슬픔과 분노를 타인에게 들키지 않고 폭발시키는 장소로 사용했어요.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데 쓰지 못했죠. 그랬다면 그 터널을 좀 더 빨리 가뿐하게 통과하지 않았을까요?


그렇다고 그 시간을 후회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그 시기가 있었기에 타인의 슬픔과 힘듦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내 삶을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가끔 아쉽긴 해요. 나의 흩어진 생각들이 내 눈을 가려 앞을 보지 못했구나, 힘든 때에 가끔 만난 반짝거린 순간을 기록해 놓았으면 어땠을까 하구요.


저는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편식을 하긴 했지만요. 뭘 바라고 읽은 건 아니었지만 그것들이 저를 글쓰기로 이끈 것 같아요. 10년 전에 못 했던 글쓰기를 지금 하면서, 내 흩어진 생각들을 그러모아 정리하고, 일상의 행복을 흘려보내지 않고 싶어요.


투룸매거진 작년 12월 호에 기고한 이보현 작가님의 인터뷰가 너무 마음에 들어 친구들에게 자랑했어요. 기사를 본 친구 중 하나가 그러더라구요. ‘네가 매거진 디자인을 했다고?’ 저는 이제 어디 가서 글을 쓰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취미가 특기가 되면 좋겠어요. 내 마음과 당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특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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