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담당자가 말하는 HRD의 매력
“매니저님,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이런 종류의 챗 메시지는 십중팔구, 퇴직 인사다. 그날도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에게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느낌이 싸한 메시지에 나는 늘 가장 빠르게 대응한다. 미팅이 빽빽해도 시간이 있다고 그러고, 임원 보고 중이여도 시간이 있다고 한다. 신입사원의 온보딩을 맡고 있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적색경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간 있죠! 3시 어때요? “
“네. 좋아요! 3시에 매니저님 자리로 갈게요. “
하고 싶은 이야기가 퇴사일까, 요즘 얼굴빛이 안좋아보이긴 했는데… 혼자 생각의 나래를 펼치며 3시가 되길 기다렸다.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신입사원이 내 자리로 찾아왔다. ‘의외로 표정이 밝은데?’ 나는 신입사원의 얼굴빛을 무의식적으로 살폈다. 조용히 이야기할 곳이 필요하겠다 싶어 장소를 찾다가 무더기로 모여있는 신입사원 무리를 발견했다. 근데 이게 무슨 반전!
우르르 몰려와 내게 건넨 것은 다름 아닌 내 생일 서프라이즈 케이크!
“뭐야! 퇴사하는 줄 알고 긴장했잖아! “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신입사원의 등짝을 나도 모르게 스매싱했다. 웬만한 서프라이즈에는 감흥이 없는 나지만, 이 날의 서프라이즈는 너무 예상 밖이라 감동도 두 배였다.
사람을 키우는 HRD 일은 보람차다. 예상 밖 생일 서프라이즈만큼이나 기쁜 일이다. 하지만 조급함을 내려놔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성과가 나오는 속도가 느린 까닭이다.
해외영업 때의 내 기억은 대부분 암울하다. 하지만, 성취감을 느끼는 빈도가 잦았기 때문에 도파민 중독이라 불릴 만큼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인사팀 HRD업무를 하면서는 도파민 분비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도파민 부족으로 나는 어떤 업무도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금단현상을 한동안 겪었다. 이 업무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 건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성장’에 목매었다.
아이는 키라도 쑥쑥 큰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통만큼 또 자라 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먹여주고 재워준 것뿐인데 아이는 눈에 띄게 성장한다. 근데 회사를 다니는 다 큰 어른들의 성장은 내가 알아차릴 수 없다. 심지어 나는 그들을 위해 몇 십장의 보고서를 쓰고, 몇 십통의 전화를 하고, 그래도 부족해서 야근을 하는데도 말이다.
수년 간의 고민 끝에 어른을 키울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그들의 ‘친구’가 되는것이다. 같이 밥 먹는 횟수를 늘리고, 어려운 일에 같이 공감해 주고, 무엇이 힘드냐고 물어보고, 자주 안부를 묻는 일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좋은 교육담당자를 만든다.
이것이 HRD의 매력이다. 회사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바탕으로 그들의 성장을 응원해 주는 일. 어제 보다 오늘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그래서 아주 가끔 그들이 나를 향해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고, 고맙다고 하는 인사정도면 충분하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뿜어져 나오는 도파민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들이 내게 주는 엔도르핀만으로 HRDer가 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