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거짓말을 대하는 부모의 동상이몽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 숙제가 있는데 없다고 그랬다. 트램펄린 아래 잔뜩 쌓인 숙제를 청소하던 남편이 발견한 것이다. 이번이 무려 두 번째란 사실에 나와 남편은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남편은 이번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아 회식하고 돌아가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진지하게 우리 아이가 ‘사기꾼’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죄질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이다.
귀가하는 택시 안에서 나는 그런 남편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내가 부모에게 했던 수 만 가지 거짓말을 고해성사했다.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친 일, 학습지 하기 싫어서 숨겨놓은 일 등 택시기사 아저씨가 나의 모든 고해성사를 듣고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찔해진 건 택시에 내린 후였다.
아이는 성장과정에서 당연히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내 입장은 그렇다. 하지만 남편은 강경하다. 초장에 거짓말을 잡아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지 않는다며 기억에 오래오래 각인될 정도로 엉덩이를 세게 맞아야 다시는 거짓말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물리적인 체벌을 하기 싫었다. 아무리 내가 낳은 아이지만 아이를 때릴 권리는 내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운 좋게 이런 생각을 하는 엄마가 있는 자리에서 마침 거짓말이 들통났기 때문에 아빠의 사랑의 매에서 피할 수 있었다.
15분간 울면서 손을 들고 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울음이 그치자 난 손을 내리고 벽을 바라보라고 했다. 30분간 아이는 벌을 섰고, 나머지 30분은 숨겨둔 숙제를 하는데 할애했다.
오늘 교회 지역모임에서 이 에피소드를 소곤소곤 다뤘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한 이유는 아이가 가까운 거리에서 형들이랑 놀고 있었던 까닭이다.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 줄 의무가 부모에게 있으니깐.
아이의 거짓말 에피소드에 모두 한바탕 웃으며 자신의 자녀가 무슨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났는지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었다. 모두가 다시한번 또 한바탕 웃었다. 초등교사 집사님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다만 아이가 왜 그 거짓말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숙제량이 버거웠던 건지 상황과 맥락을 잘 관찰해보라고 하셨다.
순수함의 결정체였던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했다. 아이는 이렇게 또 성장하나 보다.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하게 될 수많은 거짓말 중 하얀 거짓말만 있길. 부모로서 내심 바라보며 아이의 거짓말을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