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공이었던 세계에 남편이란 존재의 등장
고백하건대 난, 연애경험이 꽤 있다.
내가 남편을 만났을 때 이미 내 안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쌓여 ‘내가 선호하는 남자’에 대한 정리가 어느 정도 완성된 시점이었다.
남편이 청혼을 했을 때 이 남자와 결혼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매우 쉬웠다. 앞으로도 난 내 남편 같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꽤 많은 연애경험 동안 한 가지 안 해본 것이 있다면, 한 남자와 ‘이별’ 하지 않고 ‘계속’ 살아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 남자와 내가 결혼해서 오래도록 함께 잘 살 확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도박 같은 게임이었다.
돌이켜보면 난 내가 사는 세계의 주인공은 오로지 나였다. 남자친구가 나를 슬프게 하면? 아웃. 나를 외롭게 하면? 아웃. 나를 괴롭게 하면? 아웃.
그 어떤 사랑도 나의 일상을 방해하지 못하게 철통 방어했다. 그리고 연애는 그게 가능했다. ‘이별’은 물론 힘들었지만, 그걸 견디면 또 다른 ‘행복’이 늘 기다리고 있었으니깐.
하지만 결혼은 나의 철통 방어가 통하지 않은 또 다른 룰이 시작된다. 남편이 나를 슬프고 외롭게 했다고, 괴롭게 한다고 아웃시킬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여러 번의 ‘이별’ 경험 동안 내가 무엇 때문에 관계의 지속을 포기했는지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내가 결혼을 결심한 이 남자가 내게 관계의 지속을 포기할 만큼의 나쁜 경험을 준 적이 있는지 되뇌어 보았다.
결론은 ‘해당 사항 없음’!
나는 자신만만하게 이 남자를 내가 지금까지 주연이었던 세계의 공동 주연으로 초대했다.
내가 사는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 부부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