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사랑으로 하루하루에 삽니다
#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
알라딘에 주문을 넣은 시집이 양탄자를 타고 새벽에 도착했다.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는 이문재 시인이 10여 년 동안 수집한 기도 시 중 73편을 골라 담은 것이라고 한다. 시를 짓는 사람이 남의 시를 모아 시집을 낼 수도 있는 거구나. 신선했다. 시인은 시를 읽고 이어 쓰기 한번 해보라고 권했다. 시를 읽다가 자신의 기도를 한 줄 덧붙여보라는 건데, 그러면 '내 안에 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쓰기, 이런 것도 가능한 거구나. 호기심이 설렘을 부추기고 지금 당장 해보라고 재촉했다.
# 내가 좋아하는 시, 이문재의 오래된 기도
# 기도는 침묵에서 얻어지는 하느님의 에너지다.
마더테레사의 말은 마음에 와서 꽂힌다. 날마다 의식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실제로 해보라, 기도를 하려면 제일 먼저 침묵해야 한다, 하느님은 침묵가운데 말씀하신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보다 그분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을 들어보라, 이런 말들. 그중에서도 기도를 잘하고 싶으면 그만큼 기도를 더 많이 하라는 가르침은 마음에 와서 박혔다.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구한 것 하나도 안 주셨지만
이어쓰기/ 구한 것 하나도 안 주셨지만
구하는 것을 하나도 주지 않으신 까닭은
제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어서겠지요.
달라는 것을 하나도 주지 않으신 이유는
제게 필요하지 않아서겠지요.
내식대로만 생각하고 내 말만 한 까닭은
당신이 가장 만만했기 때문입니다.
주지 않는 줄 알면서도 매달렸던 이유는
그렇게라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구하는 것 하나도 안 주셨지만
그게 당신의 사랑법이었음을
그 사랑 알기 전까지는 지옥이었지만
그 사랑 안 지금, 천국을 알 것도 같습니다.
# 나승인, 오늘의 사랑
이어쓰기/ 오늘의 사랑
왕년에 뭐였다는 말, 별로입니다.
나중에 뭐 할 거라는 말, 더 별로입니다.
지금 당장. 어떤 이와, 어떤 것을, 어떻게, 하느냐
저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기도 시는 삶의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방파제 같다. 단단하게 꼬인 문제를 녹여 깃털처럼 가볍게 한다. 마치 아르페지오 연주처럼 시어들이 공중에 흩어져 마음이 물렁해지고 환해진다. 음표들이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면 손을 맞잡은 시어들도 덩달아 흔들흔들, 출렁출렁, 살랑살랑 춤을 춘다. 기도 시를 베끼고 이어 쓰는 것만으로도 마법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