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교토여행 3박 4일

제일 낮은 곳에서 위로 올려다보기

by 맘디터

첫째 날: 간사이국제공항-유니버설 싱굴라리 호텔

둘째 날: 유니버설 스튜디오 (종일) - 싱굴라리 호텔

셋째 날: 교토 여행 (종일) - 도톤보리 난바 오리엔탈 호텔

넷째 날: 덴덴타운 - 간사이국제공항


첫째 날 김포→간사이국제공항 제2터미널

제주항공 여객기가 간사이공항에 도착. 제2터미널은 한산하고 텅 비어 있습니다. 리무진을 타고 유니버설 싱굴라리 호텔로 이동하는데, 한 달 만에 다시 방문한 일본의 풍경이 편안하고 여유롭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온천욕을 하고 우리 가족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원하는 메뉴로 식사를 합니다.

돈가스와 닭튀김, 쉑쉑버거, 회전초밥집으로 각자 흩어지는데, 좋은 말로 하면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는 가족이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콩가루 가족입니다~

아이들과 온천욕을 하고 호텔 앞 제련소와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잠이 듭니다. 꼼꼼한 동생은 유니버설 오픈런을 위해 놀이공원 바로 앞 호텔을 예약하였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유니버셜에 대해 아무것도 찾아보질 않아서 제게 닥칠 일들을 상상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날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편의점에서 아침거리를 구입하는데, 그 시간에 유니버셜로 오픈런하는 가족들이 눈에 띕니다.

"아니. 도대체 왜?"

오지랖 넓은 남편은 발걸음이 바쁜 가족들에게 말을 걸어서 정말 이 시간에 오픈런을 하는 건지 확인까지 합니다.


아침 7시에 도착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전 세계 모든 민족이 다 모여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저는 표정이 굳기 시작합니다. 입장을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닌텐도 월드를 향해 뛰기 시작하고, 남편과 두 아이, 동생과 조카도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저는 막내손을 잡고 유유자적 걸어가는데, 닌텐도 월드에서 1시간씩 대기하고 올라탄 놀이기구는 유구무언입니다. 슈퍼마리오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저는 그 어떤 감흥이나 향수도 느낄 수 없었고, '내가 이제 늙어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이곳에 아무 느낌이 없나 보다'라는 생각에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사람이 몰려서 타기 어려운 놀이기구를 다 탑승하고 여유를 찾은 남편은 막내를 데리고 키티월드, 미니언즈 월드로 들어갑니다. 동생과 저는 귀멸의 칼날, 죠스, 해리포터 기구를 탑니다. 닌텐도 월드에서 느낀 허탈함이 귀멸의 칼날과 해리포터 4D 놀이기구에서 흥분모드로 바뀌면서, 모든 놀이기구를 섭렵합니다. 4D의 시대. 스토리 콘텐츠, 캐릭터 콘텐츠의 위력에 저의 온 마음이 해체됩니다. 뛰어다니고 날아다니고 아주 난리가 납니다ㅎㅎ

노을 지는 하늘.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롯데월드, 얼굴이 까매서 놀림을 받았던 어린아이가 2024년에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 찬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세 아이와 함께 뒤뚱뒤뚱 걷고 있습니다.

모든 놀이기구를 다 타고, 그것도 여러 번 타고, 시티워크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부대찌개와 샤브를 먹었습니다. 샤브집에서 제공하는 무제한 사케맛이 예술이라네요. 저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아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아이들은 씻지도 못하고 잠들고, 저는 혼자 온천 사우나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셋째 날 도톤보리에서 교토로 이동

8시 50분에 예약되어 있는 교토 투어를 위해 아침 일찍 난바역을 향하는 전철로 이동합니다. 남편은 출근을 위해 서울로 먼저 출발해서 교토여행은 아이들과 저만 갑니다.

아빠랑 짝꿍인 막내곰은 아빠와 헤어지자마자 풀이 죽습니다. 도톤보리에서 교토까지 이동하는 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창밖만 바라봅니다. 사실 언니와 오빠는 여행 내내 투닥거리고, 엄마는 그런 언니오빠랑 투닥거리고, 막내는 이제 그 사이에서 눈치껏 살아남아야 합니다ㅎㅎ


아라시야마, 금각사, 여우신사, 청수사는 일본 특유의 색채를 제 기억에 심어주었습니다. 검은 푸름, 검은 붉음. 교토에 놀러 온 일본 학생들의 교복도 전부 검은색, 교토의 저녁 하늘도 검은색. 검은색 중간에 위치한 하나의 포인트들.

금각사
지루하다 지루해, 초5 둘째곰

교토여행을 마치고, 초밥파, 샤브파로 나뉘어서 저녁식사를 합니다.


넷째 날 도톤보리 시내관광→간사이국제공항

덴덴타운에 들러서 탐정 코난 덕후인 큰 아이와 원피스 덕후인 조카가 피규어를 삽니다. 둘째 곰은 돈이 아깝다며 극구 사양을 합니다. 감정의 흐름과 머리의 판단을 조화시키는 아이를 보면 그 성장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날 아침식사, 난카이 난바선 간사이공항행
도톤보리 아케이드
동생과 함께 한 식사, 길가의 꽃들

1분 1초 모든 것이 특별했던 4일간의 오사카-교토여행.

이방인, 외지인이 되어 제일 낮은 자세로 낯선 곳을 헤매며 여행하다 보면 늘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모든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모든 것이 작아 보이지만, 제일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면 모든 것이 위대하고 특별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행지에서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제가 좋습니다. 모든 것을 올려다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


인천국제공항 도착.

딸바보 아빠곰은 막내를 놀리느라 공항 입국장에 이런 종이까지 준비해서 여행사 직원모드로 서 있습니다.

드디어 아빠곰을 만난 막내곰은 수다가 터집니다.

이제 엄마곰의 마음도 편안하고 안심이 됩니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 상암동을 들러서 뜨거운 콩나물국밥으로 저녁식사를 합니다.

뚝배기 안에서 콩나물과 밥, 새우젓, 오징어사리가 난장을 이룹니다. 이 국밥처럼 집으로 향하는 여행길까지 희로애락으로 가득합니다. 그래도 따뜻해서 다행입니다.


4일간, 찰나의 모든 순간은 포근한 이불을 덮고 깊은 잠에 빠집니다.


- 맘디터의 일본 오사카-교토여행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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