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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Feb 16. 2016

베르사유 궁전_1

그 아름다움이 그 흠결을 메우고도 남는 거대한 궁전


"...그 아름다움이 그 흠결을 메우고도 남는 거대한 궁전." _볼테르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22Km 떨어져 있는 도시, 베르사유. 원래는 작은 시골마을에 지나지 않은 도시였으나, 루이 14세가 1661년 건축가 르보, 실내장식가 르 브룅, 정원 예술가 르 노트르 등을 초빙하여 50년이라는 긴 세월과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궁전을 지은 후, 왕궁을 이 곳으로 옮김으로써 정치, 문화, 사교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베르사유 궁전은 사치스러운 왕실 생활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며, 현재 프랑스의 유형문화재이자, 유럽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사적지로 손꼽힌다.



 '프랑스, 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프랑스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에게는 첫 번째가 에펠탑,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베르사유 궁전이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이 '유적지 탐방형'은 절대 아니지만, 베르사유는 욕심을 내서라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내가 좋아하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의 왕비로서 지냈던 곳이기도 하며, 루이 14세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 베르사유가  현시대에도 온전히 존재하여 직접 발 디딜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에.




 베르사유 궁전 입구의 금장으로 된 으리으리한 철문을 통과해 실내로 들어가면, 티켓 머신 줄과 직접 사람에게 구매할 수 있는 창구 줄로 나뉜다. 나는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구매를 위해 창구 줄에 냉큼 섰다. 아무래도 성수기 때에 비하면 사람이 크게 붐비지 않는 터라 티켓 줄은 금방 줄어들었다.


직원에게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하면 티켓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이렇게 한국어로 된 지도를 준다.

티켓 가격은 베르사유 궁전 내부만 관람할 경우 15유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영지까지 관람할 경우 18유로이다.

가격에 큰 차이가 없길래 나는 3유로를 더 주고 영지까지 갈 수 있는 티켓을 구매했다.




처음 입장하면 베르사유 궁전이 지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상 그리고 그 시대상을 알 수 있도록 설명하는 모형 및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영상으로 건축 과정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실제로 궁전을 보면 '그 시대에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싶을 정도로 궁전 자체가 너무나 화려하고 세밀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물론 시간에 따라 여러 차례 복원 과정도 거쳤겠지만, 궁전과 정원의 규모를 보면 그 존재만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미술전공자도 아니고, 로코코 양식, 바로크 양식 뭐 이런 것들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이탈리아 바티칸 투어를 통해 가이드님께 배우기 전까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처럼 미술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궁전 안의 벽화와 그림, 조각, 건축물들을 보면 당시 수많은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왕의 명령을 받아  하나하나 손수 그리고, 쪼개며 온 열과 성을 다해 만들어 갔을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땀방울이 이 모든 것에 담겨 있다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궁전 안에 있는 내내 그 사실이 너무나 놀랍고, 신기하고, 또 감탄스러웠다.




궁전 안을 걷다 보면 여러 개의 방을 통과하게 된다. 방의 개수만 해도 수십 개다. 전쟁의 방, 평화의 방, 왕비의 방, 거울의 방 등등.. 각  방마다 화려한 장식과 그림들로 인테리어를 이룬다.

'와 이런 집에서 한 번 살아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렇게 화려하고 거대한 곳에서 과연 잠은 잘 올까 싶기도 했다.




여러 방들 중 '이게 내 방이었으면 좋겠네!'싶었던 방이다. 알고 보니 마리 앙투아네트의 침실이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모두 담기지 않을 만큼 화려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보는 것만으로도 향긋한 방이었다.




넓고 넓은 궁전을 모두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면 바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살짝만 돌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더 넓고 넓은 베르사유 정원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 자그마한 매표소에 사람들이 쭉 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꼬마기차를 타기 위한 줄이다. 처음에는 '이걸 타, 말아?' 고민했는데, 타고 나서야 베르사유 정원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몸소 깨닫고 '안 탔으면 큰일 날  뻔했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짧은 영상이 바로 꼬마 기차. 이름처럼 작은 이 순회형 기차는 7.50유로에 탈 수 있다. 좌석은 자유석이고, 칸 마다 6명이 탈 수 있다. 마치 마주 보고 앉아 기차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한 가지 단점은, 이 기차는 창문이 없기 때문에 나처럼 겨울에 방문한 사람은 기차를 타는 동안 추위를 견뎌야 할 수도 있다.


만약 베르사유 정원을 관람할 계획이라면, 이 꼬마 기차는 꼭 타기를!

7.50유로가 아까워 무작정 정원을 걷다 보면 얼마 안가 내가 괜한 오기를 부렸구나 금세 깨달을 것이다. 그만큼 말로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 크고, 넓다. 반나절이 지나도 다 볼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니 고민하지 말고 꼬마 기차를 이용하시길.


꼬마기차는 베르사유 궁, 대운하, 그랑 트리아농, 쁘띠 트리아농 이렇게 네 구간에 정차한다.  중간중간 내렸다가 다시 탈 수도 있으니 효율적이다. 아, 기차를 탄다고 해서 이 기차가 정원을 모두 구경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자신이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서 둘러본 후,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정원 입구로 가는 식이다.



(왼쪽) 베르사유 궁전 입장 티켓. 티켓의 이미지는 랜덤인 듯한데, 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침실이 그려진 티켓을 받았다. 입장하면서 티켓을 확인하는 직원이 반쪽을 뚝 자른 후 다시  건네주었다. '입장하기 전에 찍어 두었으면 좋았을걸'하는 생각이 뒤늦게서야 들었다.
(오른쪽) 꼬마열차 티켓. 베르사유 정원까지 볼 생각이라면 반드시 이 꼬마열차를 타시길. 그렇지 않으면 하루 동안 정원을 다 돌아보는 일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베르사유 정원 안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왕비의 촌락'이라 불리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영지였다.

루이 16세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선물한 마을이기도 한 이 곳은 왕비의 집, 당구장, 규방, 물방앗간, 버터 만드는 집, 고기잡이 탑 등 총 12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할 당시, 일부러 오래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빛바랜 색깔로 칠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는 당시의 최신 기술과 장식 요소를 마음껏 사용하여 호화롭게 꾸몄다고 한다. 현재 관람객들에게는 외부만 공개하고 있는 상태이다.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화려한 궁전에서 벗어나 정원의 끝자락에 조용하고 시골스러운 분위기의 이 곳은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18세기 귀족들 사이에서는 직접 시골 생활을  체험하고 마을을  소유하는 것이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커다란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십여 채의 농가로 이루어져있는 이 작은 시골 마을도 이러한 귀족들의 취미를 위하여 만들어진 공간이었다고.




실제로 이 곳에는 닭, 염소, 말 등등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다. 시골의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곳에 있으면서 내가 베르사유 궁전에 와 있다는 걸 잠시 잊게 만들기도 했다.



한참 왕비의 촌락을 걷다 보니 문득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 가진 여자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궁전에서의 생활, 그리고 이렇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자신의 영지에서의 생활. 모든 게 가능했던 그녀의 삶이었다.






간간이 <글 하나 사진 하나>에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순간 그 찰나의 기록> 글을 업데이트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요. 그동안 기다려주신 분들, 그리고 이 글을 읽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베르사유 궁전' 이야기는 본래 한 회에 모두 담으려 했으나, 분량이 너무 길어져버려 2회로 나누어 올릴 예정입니다. 못다 한 베르사유 궁전 이야기는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


아,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네요! 날씨가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오늘은 매서운 눈보라가 치더라구요. 이럴  때일수록 옷 단디 입으시고, 건강 관리 잘 하시는 거, 아시죠?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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