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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cYejee Oct 03. 2021

어느 날

습작2





비가 온다.

눅눅하고 축축하게 빗 물이 땅을 적시고 시계추 소리는 축축한 공기를 지나 더 뚜렷하고 힘있게 움직인다.

딱 딱 딱 딱.

바람의 숨이 지나가고 그 자리는 왠지 쌀쌀하게 살갖을 스쳤다.


어떤 것은 어느 날, 내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커다란 검은 구멍난 심연 끝을 바라보고는 자신은 생각만큼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부정할 수 없는 어떤 자각으로 다가왔어 어쩌면 나는 나의 억울함과 슬픔을 이용하여 조금 다른 존재가 되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러기에 과거로 돌아가야 했다. 놓고 온 감정과 생각을 찾아와야 한다. 지나온 일은 타자의 입장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었나.

공포는 어리다는 이유로 착각과 오해로 변해버렸고 나의 잘못으로 급하게 끝나버렸어. 그렇다면 나의 몸에 남아있는 기분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어깨에 나의 허벅지에 나의 왼쪽 가슴이 기억하는 소름끼치게 차가운 온기는 어디로 갔을까. 한 장의 종이와 녹음기와 함께 사라졌다. 나의 자의로 손바닥을 그었던 검은 볼펜의 흔적은 불편함의 표현이었다고. 내 목에 그어진 5cm의 흰 살 점이 벌어진 흔적은 나의 슬픔의 표현이었어. 이십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다면 이제는 짊어지고 살아가는 법을 생각해야해. 나는 별 특별할 일 없던 평범한 아이였어.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 이 일이 없었더라면 나는 조금 나은 생각을 가진 삶을 살지 않았을까. 어른들은 왜 나의 말을 다듬고 입을 막았을까. 나를 믿지 않고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되풀이 되어 골치가 아픈 일이다.


그래 나는 나의 슬픔을 이용한 적이 없다.

나는 억울함을 이용한 적이 없다. 나는 다른 존재로 살고 싶은 것은 맞다. 그 일이 있기 이 전으로 그 전의 나는 내가 꽤 좋았었어. 나의 부모를 사랑했고 정말로 원하는 걸 바랐어. 건강했고 행복했어.


바람이 창 틀을 넘어와 집 안에 공기를 환기시켜 주었을 때 몸이 붕 뜨는 것 처럼 뒷 목이 허전해졌다. 집이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그 공기에 붕 떠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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