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은 멀티 태스킹이 생활화되어 있다. 출퇴근 길에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밥을 먹을 때 한 손에는 휴대폰을 놓지 않고 정보를 탐색한다. 멀티 태스킹이 능력 중에 하나로 인식되어 입사 지원서에 ‘동시에 일이 발생했을 때, 잘 처리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한번에 한 가지일만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TV를 볼 때에도 휴대폰을 동시에 쥐고 있다.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닌데 TV만 보면 시간을 버리는 느낌이 들곤 한다. 건강을 챙기려고 실내 자전거에 올라타면, 항상 유튜브를 틀어 놓는다. 다리도 바삐, 눈과 손도 바삐 움직인다. 요즘은 한 술 더 떠서 시간을 아끼려고 영상 콘텐츠를 2배속으로 보고 있다.
그날도 음악을 들으면서 에리히 프롬의 책을 읽고 있었다. 눈은 수시로 휴대폰과 책을 왔다갔다하다가 한 문장을 발견하고 바쁜 눈을 잠시 멈추었다.
동시에 모든 것을 하려고 들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집중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되었다. 실제로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다.
삶의 모든 지점에서 우리는 자주 습관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 그렇게 차곡차곡 아껴 놓은 시간으로 의미있는 것을 했던 적이 있었나? 곰곰 생각해보면 멀티태스킹으로 얻은 시간으로 여유를 즐겨본 적이 없다. 목적없는 멀티태스킹의 습관화로 쫓기듯 살아가지만, 그 어떤 것에도 몰입하기가 힘들다. 이제는 멀티 태스킹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편한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야말로 멀티 태스킹 중독이다. 그동안 목적없이 멀티 태스킹이 옳은 것이라고 믿으며 쫓기듯 살아가고 있던 우리는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오늘부터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보다 ‘한번에 한가지 일만 하는’ 연습을 시작해봐야 할 것 같다. 흐르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시간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존재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