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의 대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놀랍게도 사람들의 얼굴만 다르지 테이블 위에 오가는 대화는 복붙(복사하기+붙여 넣지) 한 것처럼 똑같다. 요즘 안 하면 대화에서 소외되지 십상인 골프이야기, 강남 직장인들의 단골 주제 부동산 이야기, 회사에서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술만큼은 전문가인 주종, 주량 이야기. 며칠 전, 시끌벅적한 고깃집에서의 부서 회식이 있었다. 고기냄새와 직장인들의 수다소리가 홀 전체를 휘감았다. 십 수개의 테이블이 있었는데 ‘스크린 골프’, ‘머리를 올려야지..’, ‘주식 수익률’, 등등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단 몇 가지의 주제들과 단어들만이 그 공간을 지배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공부를 할 때처럼 하나같이 ‘같은 지점’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순간, 삶이 더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성수동에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문구점이 있다. ‘point of view’. 문구(stationery)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있지만 저마다의 목적으로 제 몫을 100프로 해내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값은 좀 비싸지만, 그 안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들을 발견하곤 한다. ‘연필을 지우는 데 이렇게 진심이라고?’, ‘종이를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문진에 이렇게 예술의 혼을 담는구나.’ 아마도 그 안에 물건들은 서로에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게도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고자 한다면 우리는 각자 고유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 각기 다른 지문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의 관점도 조금씩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인생을 각각 30-40년 이상 살아온 어른들의 대화가 단순해지고 삶이 비슷해지는 것은 어쩐지 거부감이 든다. 요즘 사회적 사건이 떠오르면 결국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것도 각 개인의 ’point of view’의 부재의 증거가 아닐지. 바삐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삶의 ‘point of view’는 안녕한지 이따금씩 안부를 물었으면 한다.